검찰이 24일 외국계 펀드 헤르메스의 삼성물산 주가조작을 도운 혐의로 지난 22일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로부터 고발된 대우증권 김모 대리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사부(정동민 부장검사)는 이날 증선위로부터 관련 자료를 넘겨받기 전이지만 금융감독원이 이번 사건의 핵심인물로 김씨를 지목하고 출금을 요청함에 따라 내부 검토를 거쳐 김씨가 불공정거래에 관여한 혐의가 있다고 판단,출금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검찰의 이 같은 발빠른 조치는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외국계 펀드의 불법행위에 대한 사법당국의 강력한 수사 의지를 엿볼 수 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헤르메스가 삼성물산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설을 언론에 유포한 뒤 보유 주식을 전량 매각,거액의 시세차익을 얻도록 한 데 공모한 혐의다. 대우증권 영국 런던법인에 근무하면서 헤르메스의 국내 주식 매매를 담당한 김씨는 지난해 11월 삼성물산이 경영권 방어목적 등으로 자사주 취득 계획을 공시하자 모 일간지 기자와 헤르메스의 펀드매니저 R모씨(검찰고발,영국거주)의 인터뷰를 주선,삼성물산 주식 5%를 매입한 헤르메스가 삼성물산을 적대적 M&A할 가능성이 있다고 흘려 292억원의 시세 차익을 챙기는 것을 도와준 혐의다. 검찰은 김씨를 상대로 헤르메스가 삼성물산에 대해 적대적 M&A할 의사가 없는 것을 알면서도 인터뷰를 주선했는지를 집중 수사할 예정이다. 검찰은 김씨 외에 국내 다른 관련자들의 혐의가 확인되는 대로 추가로 출국금지 조치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검찰은 김씨 외에 피고발된 자들이 모두 외국인이거나 외국법인인 점을 감안,이들이 검찰수사에 제대로 응하지 않을 것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할 것으로 전해졌다. 증선위는 지난 22일 임직원의 잘못에 대해 법인의 책임을 함께 묻는 증권거래법에 따라 헤르메스펀드 및 김씨를 주가조작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한편 통상 고발자료가 우편으로 배달되는 기간과 사건 배당에 소요되는 시간을 고려할 때 헤르메스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는 다음주 초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