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인문학 ‥ 김연신 <한국선박운용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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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신 < 한국선박운용 사장 enlinje@dreamwiz.com >
인문학이라 함은 대개 문학 역사 철학을 중심으로 하는 학문을 말한다고 봐도 별로 틀리지 않을 듯하다.
소위 문사철(文史哲)은 선비의 학문이며 무용(無用)의 학문이란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과연 그럴까?
필자가 배운 바로는 문학은 모든 상상력의 출발점이다.
상상할 줄 아는 것은 많은 학문의 길에서 또렷한 지침을 세울 힘을 준다.
역사학은 모든 사회과학과 경영과학을 수렴한다.
사람이 모여 사는 데 필요한 지혜가 역사학 안에 들어 있다.
철학은 만가지 학문의 근원이다.
철학 공부를 하지 않고서는 생각하는 방법을 바로 세울 수 없다.
올해도 경제성장률이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지의 여부를 두고 논란이 뜨겁다.
경제 성장은 지속돼야 한다.
모든 사람의 생활이 윤택해져야 한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여기서 경제 성장이 최종 목표인가,아니면 경제 성장은 또 다른 목표를 향한 수단인가 하는 의문을 던져 보면 문제는 간단치 않다.
필자는 경제 성장을 위해 경제 성장 이후의 우리 사회 비전에 관한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돈을 벌어서 무엇을 하겠다는 뚜렷한 목표가 있는 사람은 반드시 돈을 벌게 돼 있다.
경제 성장을 이룩해 어떤 모양의 사회를 만들자는 합의가 성립돼 있는 국가는 필연적으로 경제 성장을 한다고 믿는다.
바로 여기에 인문학의 중요성이 있다.
경제를 설계하는 사람은 경제를 발전시키는 데 골몰하므로 경제를 넘어서는 고민을 하기 힘들다.
경영자는 회사의 최적 경영에 관해 날마다 연구해 최상의 손익계산서와 대차대조표가 나오면 만족한다.
이런 단위 경제 활동에 방향성을 부여하는 학문이 인문학이며 문학,역사,철학이다.
문학이 문학 본래의 임무를 수행해 독자에게 꿈과 상상력을 심어주고,역사가가 과거 사회의 모델을 오늘에 풀이해 그 의미를 밝혀내며,철학자가 사회에 만연한 왜곡된 논리 전개를 통쾌하게 질타하면서 사회가 앞으로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선도할 수 있다면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한 경제인들의 각오도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