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병 규 < 현대경제연구원 상무 > 중국 위안화가 전격적으로 절상됐다. 환율제도도 달러연동 고정환율제에서 주요 통화 중심의 변동환율제로 이행됐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국내 경제 현실에서 이의 여파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일단 원화 환율과 국내 주가는 하락세를 나타냈다. 다행히 위안화 절상폭이 작고 변동폭도 크지 않기 때문에 당장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 싶다. 문제는 위안화 절상과 변동이 이제 본격화될 것이라는 데 있다. 사실 이번 중국의 환율제도 변경은 세계경제사의 한 획을 긋는 역사적 사건으로 기록될 만하다. 이로 인해 세계경제의 성장세와 협력 양상이 향후 구조적으로 변화될 가능성이 높은 까닭이다. 우선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의 자본주의 경제 운영이 큰 시험대에 오를 것이다. 만일 중국이 환율제도 변화로 인한 환율 절상 및 변동성 확대에 따르는 수출경쟁력 약화와 금융시장 불안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다면 중국 경제는 성장둔화 및 금융위기와 같은 각종 경제 불안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환율 절상으로 저가(低價)경제의 한계에 봉착할 중국 경제가 기술혁신 노력을 배가하고 금융 인프라를 성공적으로 개선해 나간다면 중국은 그야말로 21세기 세계경제에서 미국과 양대 축을 이루는 강대국으로 발돋움해 나갈 것이다. 한편 위안화 절상은 중국과 미국 등 서방국가들 간의 무역수지 불균형으로 인한 소원한 감정을 일시 완화해줄 것이나,오히려 앞으로 세계 통상환경을 더욱 악화시킬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번 위안화 절상은 이의 궁극적 목표라 할 수 있는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를 개선하는 데는 별 도움을 주지 못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저가 상품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높은 미국의 입장에서 소폭의 위안화 절상으로 큰 폭의 적자 개선을 기대하기는 힘든 것이다. 미국 경제의 개선이 미흡할 때 문제가 되는 것은 중국은 물론이고 한국을 비롯한 대미(對美) 흑자국들에 대한 미국의 통상 압력이 가중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 결과 세계 각국이 자국의 경제 이익을 앞세워 근린궁핍(近隣窮乏)의 제로섬 게임을 더욱 치열하게 전개한다면 세계 경제 불안이 가중되고 성장세가 약화되는 음울한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중국의 환율제도 변화를 통해 나타날 수 있는 세계 경제의 구조 변화는 중장기적으로 국내 경제에도 심각한 타격을 주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대중(對中) 의존도가 지극히 높은 우리 경제 상황에서 위안화 절상에 따라 중국 경제에 파급될 것으로 예상되는 두 가지 시나리오인 성장세 둔화와 경쟁력 강화는 모두 한국 경제의 입지를 매우 취약하게 만들 것이다. 게다가 환율 절상이나 시장 개방과 같은 미국의 대한(對韓) 통상 압력까지 가중된다면 국내 수출산업뿐만 아니라 내수 서비스산업도 그간의 성장세를 유지하기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게 된다. 당장 위안화 절상이 우리 경제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 해서 이로 인해 예상되는 세계 경제 변화를 간과해서는 안되겠다. 정부는 무엇보다 중국 경제의 불안과 경쟁력 강화로 우리 경제에 파급될 '차이나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중국 경제 경보시스템을 구축하는 한편 아시아 지역의 경제 불안에 대응할 수 있도록 아시아통화기금(AMF)과 같은 한·중·일 경제협력 방안을 주도해나가야 한다. 향후 예상되는 세계적인 통상 마찰 증대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주요 통상국의 각계 각층을 상대로 하는 '풀뿌리' 통상외교 대책도 강화해야 할 것이다. 기업은 중국 경제의 성장을 최대한 활용하는 한편 부단한 기술 혁신과 신제품 개발 등을 통해 한·중간 경쟁력 격차를 유지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