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이 창업 109년 만에 형제 간 경영권 분쟁이라는 최악의 위기를 맞게 됐다.


고 박두병 초대회장의 차남인 박용오 ㈜두산 명예회장이 동생인 박용성 그룹 회장과 박용만 ㈜두산 부회장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우애가 좋다던 '형제경영'은 사실상 종막을 고하게 됐다.


특히 양측으로 갈라진 형제 간 갈등은 검찰의 수사 결과에 따라 어떤 귀착점에 도달하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어서 두산가 형제들은 심각한 도덕성 훼손은 물론 자칫 그룹 자체의 존망마저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 돼버렸다.


◆박용성 회장측 입장


장남인 박용곤 그룹 명예회장과 3남인 박용성 그룹 회장측은 경영권 분쟁의 씨앗과 책임이 차남인 박용오 ㈜두산 명예회장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박용오 회장의 부실한 아들 (박경원 전신전자 대표) 관리와 자기 몫 챙기기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입장이다.


박용성 회장측은 박용오 명예회장의 장남인 박 대표가 지난 2000년 두산건설 상무로 퇴직하면서 전신전자를 인수했는데,사업이 어려워지자 아버지에게 지원을 요청하는 바람에 박용오 회장이 그룹 지분을 매각하는 등 궁지에 몰리게 됐다고 주장했다.


박용성 회장측은 박용오 명예회장이 그동안 보유하고 있던 계열사 지분을 대부분 매각,밑빠진 독에 물 붙기식으로 아들을 지원했다며 이제는 두산산업개발의 계열분리까지 요구하면서 자기 몫을 챙기려 했다고 덧붙였다.


박용성 회장측은 "특히 두산산업개발 지분율이 0.7%밖에 되지 않는 박용오 회장이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가치가 상승한 두산산업개발을 자신의 가족 소유로 분리해 달라는 것은 그룹 전체 이익에도 배치된다"고 밝혔다.


박용성 회장측은 또 "그룹 내부에 엄청난 잘못이라도 있는 것처럼 협박을 통해 개인의 이득을 추구하려는 이 같은 박용오 회장 부자의 모럴해저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으며 선친인 박두병 회장의 '공동소유와 공동경영' 유지에도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박용오 명예회장측 입장


박용오 회장측은 이날 기자회견을 자청해 박용성 회장의 그룹승계가 정당성이 없는 것이라며 원천무효임을 선언했다.


3남인 박용성 회장과 5남인 박용만 ㈜두산 부회장이 그동안 수천억 원에 달하는 비자금을 조성,사적으로 유용하고 해외에 밀반출해 왔던 게 최근 적발되자 서로 공모해 일방적으로 자신을 명예회장으로 발표하는 등 도덕적으로 있을 수 없는 행동을 했다는 주장이다.


그는 "두 사람에 대한 비리를 관계당국에 고발하자 이들은 '박용오 명예회장이 그룹을 비방하는 투서를 제출했다''두산산업개발을 분리하겠다고 했다'는 등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행동을 했다"고 말했다.


박용오 회장은 이어 "형제 간의 의리를 생각해 지금까지 참아왔으나 회사가 부실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우량기업인 두산산업개발만이라도 독자경영을 건의했을 뿐임을 이 자리에서 밝힌다"면서 "이 모든 사실을 관계당국이 철저히 조사해 명백한 진실을 밝혀줄 것을 당부 드린다"고 덧붙였다.


◆어떻게 전개될까


박용성 회장측은 박용오 명예회장의 퇴출을 단행키로 했다고 밝혔다.


때문에 박용오 명예회장은 일단 조만간 이사회는 물론 그룹 경영에서 손을 떼야 할 입장에 처했다.


그러나 박용오 회장이 박용성 신임 회장측의 과거 비리를 담았다고 주장하는 진정서를 검찰에 제출한 탓에 양측은 비난 수준을 넘어 이미 돌아오지 못할 다리를 건넜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두산은 이에 따라 창업 109년 만에 최대 위기에 봉착한 것으로 보인다.


두산은 특히 옛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고려산업개발(현 두산산업개발),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를 연달아 인수하면서 매출 11조원,자산규모 12조원의 재계 10위 그룹으로 급변신하는 데 성공했으나 이번 사태로 한순간에 경영이 흔들리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최근 박용성 신임 회장 자신의 말처럼 "순간의 사소한 잘못으로 기업이 큰 일 날 수도 있다"는 현실에 직면한 것이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