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부터 한국에서 투자 유치 활동을 벌이고 있는 시진펑 중국 저장성 당서기(52)의 빠듯한 일정을 놓고 "과연 거물은 거물"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중국 공산당 혁명 원로인 고 시중쉰 전 부총리의 아들인 시 서기는 후진타오 주석의 뒤를 이어갈 이른바 '제5세대 지도부'의 한 명으로 거론되는 중국 정계의 차세대 주자다.


이달 초 공산당 대표단을 이끌고 북한을 방문하기도 했다.


시 서기의 이번 방한 목적은 19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저장성 투자설명회'에 참석하는 것.그러나 그의 정치적인 위상을 보여주듯 외교부의 의전을 받으며 방한 기간 내내 국내 정재계 최고위급 인사들을 잇따라 면담하는 강행군을 펼치고 있다.


시 서기는 방한 첫날인 지난 18일 반기문 외교부 장관과 이해찬 국무총리를 잇따라 예방,저장성과 한국의 경제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어 19일 투자설명회에서 연설한 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오찬을 함께 했으며 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장도 만났다.


정계 지도자들을 두루 만난 시 서기는 이날 오후부터 저장성 내 투자한 기업 총수들과 연쇄 회동에 들어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는 SK네트웍스가 추진 중인 타이저우시 중유 2차가공공장 등에 관한 의견을 나눴다.


자싱시에 대규모 타이어코드 공장을 두고 있는 효성의 조석래 회장은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만찬을 열어 시 서기 일행을 극진히 대접하는 열의를 보이기도 했다.


시 서기는 20일 구본무 LG 회장과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만난다.


특히 윤 부회장의 안내로 삼성전자 기흥반도체 공장과 R&D센터를 둘러볼 예정이다.


시 서기는 21일 광양제철소를 둘러본 뒤 박준영 전남 도지사와 만나 두 지역 간 교류 활성화 방안을 논의한다.


저장성과 전라남도는 1998년 '우호관계'를 맺었다.


'한국 기업을 끌어들이겠다'는 시 서기의 열정은 강도 높은 일정뿐만 아니라 투자설명회에서 한 연설에서도 엿보인다.


1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이날 설명회에서 시 서기는 "저장성을 투자자,거주자,여행자들을 위한 천당으로 만들테니 들어와서 투자하고 창업해 달라"면서 "한국 기업들이 투자하면 모든 서비스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1974년 칭화대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시 서기는 74년 공산당에 입당했으며 푸젠성 부서기와 성장 등을 거쳐 2001년 11월부터 저장성 서기를 맡고 있다.


부인 펑리위안씨는 70년대 활약한 유명 가수다.


항저우 우시 타이저우 등 저장성 내 11개 도시 대표단과 함께 방한한 그는 오는 22일 상하이로 돌아간다.


글=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