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주 '야속한 17번홀' .. 브리티시오픈 최종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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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주(35·나이키골프)가 브리티시오픈 4라운드에서 상위권을 넘보다가 발목을 잡힌 곳은 '마(魔)의 17번홀'(파4·길이 455야드)이었다.
페어웨이 오른쪽의 호텔 건물을 넘겨 티샷을 해야 하는 이 홀은 그린 뒤편에 길과 담장이 있어 '로드 홀'로 불리며 그린 앞 왼편에는 악명 높은 '로드 벙커'가 자리잡고 있다.
지난 78년 대회 때 일본의 토미 나카지마는 선두권을 달리다가 이 홀에서 볼을 벙커에 빠뜨린 뒤 네 번 만에 탈출,9타를 치고 말았다.
84년엔 우승을 다투던 톰 왓슨(미국)이 세컨드샷을 그린 너머 담장 부근에 떨구는 바람에 통산 6승 문턱에서 주저앉았다.
올해 불운의 주인공이 된 최경주는 티샷이 페어웨이 오른편에 잘 떨어졌으나 세컨드샷이 그린을 오버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세 번째샷과 네 번째샷이 잇따라 그린 앞 언덕을 맞고 되돌아온 데 이어 다섯 번째샷은 그린 너머 벙커로 굴러들어갔다.
첫 벙커샷은 탈출에 실패했고 두 번째 벙커샷(일곱 번째샷)은 다시 그린을 넘어버렸다.
여덟 번째샷을 홀에 붙여 1퍼트,악몽 같은 9타를 기록하고 말았다.
5오버파의 '퀸튜플 보기'(quintuple bogey)였다.
최경주가 미국진출 후 한 홀에서 5오버파를 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경주는 그 홀에서 9타를 치는 바람에 브리티시오픈에서 첫 '톱10'에 들려던 꿈을 접어야 했다.
또 상금손실도 5만5000∼9만달러(약 5700만∼9400만원)에 달했다.
최경주로서는 아쉬우나마 소중한 경험을 한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