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쌀협상 비준 미룰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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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정 빈 < 경상대 교수·농업경제학 >
쌀 협상 결과에 대한 의혹 규명 차원에서 진행된 국회 국정조사 활동이 마무리됨에 따라 이제 국회 비준 절차만이 남았다.
하지만 쌀 협상 결과에 대한 국회 비준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정부와 여당은 국익 차원에서 신속한 국회 비준동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야당은 비준동의 거부의사를 보였다.
농민단체들은 협상무효를 주장하며 비준거부 투쟁을 벌이고 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2004년부터 진행된 쌀 협상은 1995년 발효된 세계무역기구(WTO) 농업협정의 기본원칙인 예외없는 관세화에 대한 '한시적 예외조치'의 시한만료에 따른 후속 협상의 성격이었다.
만일 한국이 관세화를 통해 쌀시장을 개방하기로 결정했다면,쌀 협상은 필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국내농업의 뿌리라 할 수 있는 쌀만은 다시 한번 관세화유예를 연장한다는 것이 기본방침이었기 때문에 이해 당사국인 9개 쌀 수출국들과 협상을 진행해 왔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2004년 이후에도 쌀의 관세화 유예라는 특별취급을 계속 적용받기 위해서는 쌀 수출국에 일정 수준의 대가를 지불해야 하고,모든 협상대상국들이 수용하는 공통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본질적으로 어려운 협상이었다.
또 기존에 쌀 관세화 유예를 받았던 일본 대만 등이 유예기간 중 관세화로 전환하는 추세 속에서 관세화 유예를 연장하고자 하는 우리의 입장은 매우 불리한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쌀 수출국들과 50여 차례의 협상 끝에 우리의 요구대로 10년간의 쌀 관세화 유예를 연장하는 대신 의무적인 수입물량을 2004년 4% 수준에서 매년 균등 증량해 2014년까지 7.96%로 확대해 나가기로 합의를 보았다.
또 관세화 유예라는 목적 달성을 위해 이해당사국들이 요구하는 양자적 요구사항을 일부 추가적으로 합의해 줬다.
하지만 현재의 협상결과는 다시 10년간 쌀 관세화 유예를 연장 받음으로써 국내 쌀 산업의 체질 강화를 위한 시간을 벌었으며,특히 지난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보다 개혁적인 시장개방 방식이 논의 중인 도하개발아젠다(DDA) 농업협상의 향후 결과를 봐가면서 언제든지 우리의 필요에 따라 관세화로 전환할 수 있다는 긍정적 측면을 내포하고 있다.
앞으로 남은 국회비준 동의 절차는 이러한 쌀 협상 결과를 국내적으로 수용하고 다시 관세화 유예로 갈 것인지,아니면 도저히 협상결과를 수용할 수 없어 관세화로 전환할 것인지에 대한 최종 선택의 과정이다.
왜냐하면 WTO 규정에 따라 이미 모든 협상절차가 종료돼 재협상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며,현실적으로 재협상에 응할 나라도 없기 때문이다.
또 국회비준이 지연되는 경우 관세화 유예라는 협상결과가 유지되더라도 한국의 국제적 신인도 하락뿐만 아니라 올해 의무수입물량이 내년으로 넘어감으로써 국내 쌀 수급관리의 부담과 함께 결과적으로 쌀값 하락 등 농가 피해가 예상된다.
대부분 전문가는 현재 정부가 도출해낸 관세화 유예의 연장 조건이 그래도 관세화로의 전환을 통한 개방보다는 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적을 것이라고 평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런 측면에서 정부는 농민단체의 의견을 수렴하고 기존 쌀 산업대책을 보완한 보다 내실 있는 방안을 제시함으로써 생산농가와 농민단체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동시에 쌀 협상 결과에 대한 국회비준 동의절차를 신속히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아무튼 이제는 쌀 협상의 국회비준과 관련해 사회적 논란과 갈등으로 시간을 버리기 보다는 오히려 쌀 시장 개방 확대에 따른 효과적인 국내대책 추진과 현재 급물살을 타고 진행 중인 DDA 농업협상에 대비한 대응전략 마련에 보다 많은 관심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