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8일자) 입학전형은 대학자율에 맡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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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가 2008학년도 입시의 정시모집에서 통합교과형 논술고사를 도입키로 한데 대해 정부와 여당이 이를 본고사 부활 시도로 규정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지키로 했다고 한다. 정부와 여당은 그제 당정협의를 갖고 서울대가 이 같은 방침을 철회하지 않으면 행정적ㆍ재정적 불이익을 주는 것은 물론 법을 제정해서라도 이를 강력 저지하기로 했다. 아울러 본고사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 금지 등 이른바 3불(不) 정책을 법제화하는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고 한다.
우선 서울대와 정책당국 간 갈등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가뜩이나 대학의 국제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머리를 맞대고 고심해도 시원찮을 판에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원만한 해결책을 하루속히 찾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대학의 입학전형은 대학자율에 맡기는 것이 순리다.물론 입시경쟁의 과열이 불러올 폐해도 적지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렇다고 이미 수많은 문제점이 제기된 평준화교육을 언제까지 고수해야 하는지도 신중히 검토해볼 문제다. 더구나 이번 서울대 입시요강은 정부정책방향에 완전히 배치되는 것도 아니란 점에서 당국의 강경방침은 이해하기 어렵다. 더구나 교육부조차도 당초에는 전형방식을 다양화한 것이라며 바람직한 것으로 평가한 바 있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서울대 입시안을 '나쁜 뉴스'로 꼽은 연후에 정부의 입장이 크게 달라졌다고 한다.
정부정책이 이토록 왔다갔다 하는 바람에 불신만 조장시킨 꼴이 됐다.
문제는 정부 여당의 이 같은 발상으로는 경쟁력 강화와 특성화라는 대학 교육의 목표를 결코 달성할 수 없다는 점이다.
평등주의 교육이념과 인기영합주의를 추구하는 운동권 단체의 주장에 맞춰 정부가 신입생 선발에까지 변별력(辨別力)이 낮은 방식만을 강요해서는 대학이 경쟁에서 살아남기조차 어려운 게 사실이다.
더구나 경제가 좀처럼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을 뿐 아니라 장기불황 조짐까지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교육은 우리에게 마지막 남은 성장동력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각종 규제로 대학을 옥죄는 일은 하루빨리 시정돼야 한다.
대학의 자율성을 빼앗으면 대학도 국가도 더 이상 발전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정부와 여당은 깊이 새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