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9일자) 줄인다는 부담금 되레 늘어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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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특정 공익사업의 재원조성을 위해 부과하는 각종 부담금(負擔金)이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연간 1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발표됐다.
조세수입의 8.2%선이다.
부담금 종류도 2개가 더 늘어 모두 102개에 이르는 것을 보면 가히 '부담금 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오고도 남음이 있다.
더구나 정부가 법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는 이러한 부담금 이외에 정부 또는 각종 단체가 음성적으로 거둬들이는 기부금 등이 적지않은 것이 현실이고 보면 과감한 정비대책을 서둘러 강구해야 한다.
정부의 부담금 징수에는 물론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항구적(恒久的)으로 징수하는 조세와는 달리 경기상황에 따라 신설과 폐지를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어 꼭 필요한 공공사업이나 서비스를 제때에 차질없이 수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제대로 징수해서 효과적으로 쓴다면 국민생활의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아무리 투명하고 효율적인 징수와 사용 시스템을 갖춘다 해도 요즘처럼 경제가 어려워 세금 내기도 어려운 판에 부담금까지 크게 늘어난다면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부담금이 증가하면 그만큼 기업들의 투자와 개인들의 소비여력이 줄어들어 경제가 더욱 어려워 질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다수의 부담금은 보다 손쉽게 돈을 걷으려는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란 것이 일반적이다. 최근 국회 규제개혁특별위에서 행정기관이 자의적(恣意的)으로 부담금 요율을 올리지 못하도록 근거법률을 개정하겠다고 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따라서 정부가 불합리한 부담금의 신설을 억제하고 실효성 없는 부담금을 정비하기로 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문제는 이런 약속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2002년 부담금관리기본법까지 제정했으나 부담금은 계속 늘어 왔고, 올해도 부동산안정대책으로 기반시설부담금을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부담금 제도를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우선 불가피하게 재원이 필요한 사업의 경우 조세로 전환하고, 국민들이 상식적으로 납득하지 못하거나 합리성을 상실한 부담금들은 과감히 정리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부담금으로 인한 기업과 개인들의 부담이 덜어지면 경제는 더 좋아지고, 그 결과 상대적으로 세금이 많이 걷히는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