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문화 도시‥윤송이 < SK텔레콤 CI본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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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송이 SK텔레콤 CI본부장 songyeeyoon@nate.com >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는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촬영지이자 모차르트의 고향으로 유명한 도시다.
실제 잘츠부르크는 그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을 음악 문화에 흠뻑 취하게 만드는 매력적인 문화 도시다.
이 조그만 도시에는 호엔 잘츠부르크성이나 수녀원 논베르크와 같은 아름다운 고건축물이 있으며,도시 전체가 모차르트를 상징적인 인물로 삼아 많은 음악제와 축제를 벌인다.
덕분에 잘츠부르크는 오스트리아의 빈보다 작지만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일컬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곳이 가장 아름다운 문화 도시로 불리는 이유는 단순히 고성과 축제 때문은 아니다.
목축과 호밀,과일 경작으로 생계를 잇는 주민들의 생활과 모차르트의 음악,로마 시대부터 이어진 고성들이 멋들어지게 어울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주민들이 이런 문화를 즐기고 자랑스러워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사는 사람들이 향유하는 문화가 있는 곳,문화와 생활이 자연스럽게 하나가 된 모습을 볼 수 있는 이런 곳이 바로 문화도시다.
문화도시는 몇 사람의 생각과 노력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정부나 문화기관의 특정 정책뿐만 아니라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 모두가 그 취지에 공감하고 주체가 돼야 한다.
우리가 사는 곳이 문화도시가 되려면 모두가 좋아하는 것을 찾고 그 모습을 자연스럽게 공유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것들이 생활화될 때 문화라 말할 수 있고,이 문화를 남과 같이 즐길 준비가 된 곳을 문화 도시라 부를 수 있다.
문화도시를 만들기 위한 시도들은 종종 축제나 이벤트 유치로 표현된다.
하지만 일방적인 홍보와 특색 없는 축제는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소외시킨 채 볼거리 위주의 박제를 전시하는 것과 같아진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이벤트는 방문객에게도 그다지 즐겁지 않은 경험이다.
문화도시에 한 발 더 다가서기 위해서는 축제나 이벤트의 유치보다 생활 속의 문화를 표현하는 방법부터 찾아야 한다.
거리에 어울리는 간판 달기 운동이나 전통 문화거리인 인사동 스타벅스 간판의 한글화는 이런 차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문화란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 공감하지 못하면 박제에 불과할 뿐이다.
수많은 이벤트와 축제 속에서 정작 우리가 원하는 문화도시는 점점 더 멀어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