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 가치가 '이상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당초 대다수 경제 전문가들은 미국이 쌍둥이(무역·재정) 적자에 허덕이고 있어 올해도 약(弱)달러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상황은 정반대로 전개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27일 "미 달러가치가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집권기(1992∼1999년말) 이후 최대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앞으로도 이 같은 강(强)달러 추세가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이 통신은 "이달 말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달러화에 대한 수요가 커져 엔·달러 환율의 경우 수일 내 달러당 112엔도 순식간에 돌파할 것"이라고 전했다. ◆강세로 치닫는 달러 현재 미 달러는 유로당 1.20달러에서 움직이며 10개월 만의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올해 초와 비교하면 무려 10% 가까이 오른 셈이다. 달러는 엔화에 대해서도 연초 대비 6.5% 상승한 달러당 109.5엔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외환컨설팅 업체인 레드타워 리서치의 게리 셀라야 투자전략가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미 달러는 쌍둥이 적자의 파장으로 유로당 1.32달러,달러당 103엔대에서 움직이며 약달러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대다수 전문가들이 예상했지만 결과는 빗나갔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에는 더 나아가 달러가 클린턴 행정부 시절(달러당 120∼145엔)로 회귀할 것이라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블룸버그통신이 지난 24일 전 세계 외환운용 전문가 4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들 가운데 67%가 유로나 엔을 매각하고 달러를 매입하겠다고 답했다. ◆미 달러,왜 오르나 미 달러가치가 오르는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미국 경제가 유럽연합(EU) 일본 등 다른 선진국들보다 상대적으로 더 양호하다"는 믿음이 외환시장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지난 1분기 미국 경제는 3.5%(전 분기 대비 연율 기준)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비교적 견실한 성적을 거뒀던 반면 독일 이탈리아 등 EU 회원국들은 -0.5∼1%의 저조한 성장을 하는데 그쳤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이 고유가에 따른 물가상승 압력을 해소하기 위해 금리를 올리고 있는 반면 다른 나라들은 경기 부양을 위해 저금리를 유지하는 추세여서 금리 격차에 따른 달러 강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일부에서는 배럴당 60달러를 위협하는 고유가 속에 달러가 강세를 보이는 데는 미국 정부의 전략적인 의도가 숨겨져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시장조사 기관인 스테이트 스트리트의 브라이언 가베이 이코노미스트는 "쌍둥이 적자 속에서 고유가로 경제정책의 입지가 좁아진 미국 정부가 달러 강세를 유도해 고유가 부담을 다른 원유 수입국들로 전가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