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오션으로 가자] (6) 조립식 가구 메이커 스웨덴 '이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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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 시내에서 차로 20분거리인 쿤겐스 쿠루바(Kungens Kruba)에 있는 이케아(IKEA) 매장. 오전 10시 정각 전세계 매장 중 최대규모인 이 매장의 문이 열리자 30분전부터 개장을 기다리던 인파들이 거대한 매장 안으로 쏟아져 들어온다.
5살난 아들의 손을 잡고 매장에 들어선 오버그 부부.아들의 방을 꾸며줄 요량으로 큰 마음 먹고 휴가까지 내 이곳을 찾았다.매장 2층에 있는 세팅룸들(이케아 상품으로 꾸며 만들어놓은 일종의 모델하우스)을 둘러본 후 직원으로부터 인테리어 상담을 받는다.방 크기에 맞는 침대와 책장 디자인 등을 정하고 대략의 인테리어 구상을 마친 오버그 가족은 1층으로 내려가 침대와 책장,옷장을 샀다.
이렇게 아들에게 태어난 뒤 처음으로 자신만의 방을 선물하는 데 이 부부가 쓴 비용은 침대(199유로) 책장(149유로) 옷장(99유로) 스탠드(29유로) 등을 합쳐 약 500유로(약 60만원). 고급 가구점에서 침대 하나 살 만한 가격으로 방 전체를 꾸밀 수 있었다. 이들이 행복해하는 데는 그러나 다른 이유가 있다. 직접 가구를 조립해 아이의 방을 꾸며준다는 즐거움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다.
스웨덴의 가구업체 이케아는 "고객과 일을 나눠 고객과 함께 돈을 번다"는 비즈니스 아이디어로 블루오션을 개척한 회사다.
조립식(DIY·Do it yourself) 가구의 컨셉트를 도입,가구 조립에 들어가는 인건비를 고객들에게 되돌려준 것.지난 1958년 첫 가구매장을 낸 이 회사는 기존 가구업체보다 절반도 안 되는 저렴한 가격에 높은 품질,직접 집안을 꾸미는 재미를 제공해 2004년 기준 전 세계 238개 매장에서 128억유로(약 16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거대 그룹으로 성장했다.
조립모델 말고 이케아의 가격경쟁력의 또 다른 비밀은 규모(volume)다.
물건을 많이 만들어내 단가를 낮추는 박리다매 전략.이 회사의 히트상품인 LACK테이블의 경우 1990년에는 25.7유로의 가격에 24만2000개를 팔았지만 지난해의 판매량은 200만개,가격은 9.9유로였다.
'규모의 경제'를 통해 가격을 낮추고 값싼 가격으로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한 셈이다.
이케아가 원가를 줄여 고객들에게 혜택을 돌려주는 또 하나의 열쇠는 물류비용.DIY가구의 특성상 조립하지 않은 채 납작한 박스의 형태로 팔기 때문에 물류비가 일반 가구업체에 비해 50% 가까이 싸다.
배달 단계에서도 웬만한 물건은 손님들이 직접 들고 갈 수 있어 인건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
매장을 시내 중심이 아닌 외곽에 위치시켜 임대료도 크게 낮췄다.
낮은 가격만이 이케아의 성공요인은 아니다.
이케아는 최고의 디자이너들을 동원해 간결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의 가구를 내놓아 다양한 연령대의 고객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케아의 디자이너들은 특히 '단순함이 미덕이다(Simplicity is a virtue)'라는 디자인 컨셉트로 가격과 디자인,원가와 수익성의 네 마리 토끼를 함께 잡고 있다.
빠뜨릴 수 없는 것이 '즐거운 가족 나들이'라는 가치다. 이 매장의 카탈리나 볼린 매니저는 "카페와 레스토랑,어린이들을 위한 놀이시설까지 갖추고 있어 주로 가족 단위로 쇼핑과 나들이를 함께 즐기려는 고객들이 많이 찾아온다"며 "가구업체는 많지만 이런 문화까지 제공하는 경쟁자는 없다"고 말했다.
안데르스 달비그(Anders Dalvig) 이케아 그룹 회장이 "우리는 좋은 디자인과 품질을 가능한 한 가장 좋은 가격에 제공할 의무가 있다"고 임직원들에게 입버릇처럼 강조하는 것도 이케아의 가치혁신에 대한 의지를 잘 보여준다.
스톡홀름(스웨덴)=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