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가 외환위기 당시 수준의 초고금리로 해외채권을 발행,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국내 채권단의 지원과 노력에 힘입어 정상화 수순을 밟아가던 하이닉스는 24일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 주도 아래 국내 평균 조달금리보다 3%포인트 높은 금리로 해외채권을 발행,채권단 소속 대다수 금융회사의 반발은 물론 국부유출 논란까지 일고 있는 것.하이닉스가 이런 조건으로 해외채권을 발행할 경우 만기인 7년 뒤까지 1억달러가 넘는 추가 이자를 물게 돼 국내 채권단은 물론 주주들에게도 적지않은 부담을 주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조달금리의 2배 하이닉스는 기존 채무를 갚고 새로운 채무를 일으키는 리파이낸싱(re-financing)을 추진해 왔다. 당초 계획은 국내에서 7500억원,해외에서 7억5000만달러를 조달하는 것이었다. 이미 국내에서는 7500억원의 채권 발행 작업이 성공리에 마무리됐다. 문제는 이날 발행한 해외채권 금리가 국내 평균 조달금리보다 3%포인트 이상 높다는 것.하이닉스는 지난 17일 마무리된 국내 신디케이트론 조달금리가 연 리보+2.4%포인트(240bp)였다. 반면 이날 발행에 합의한 해외채권 금리는 9.875% 였다. 국내 조달금리보다 4%포인트나 높은 것이다. 이는 하이닉스의 신용등급이 B+라는 점에 비춰볼 때도 이해가 안 된다는 것이 금융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하이닉스와 직접 비교할 대상은 아니지만 LG전자(BBB-)가 지난주 5%대의 금리에 해외채권 발행에 성공했다는 점에서도 하이닉스의 해외채권 발행조건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회사가 부도 위기에 몰린 것도 아닌데 추가 비용을 들여가면서 해외자금 조달에 나선 것이 정상화에 무슨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해외채권 발행 왜 강행하나 외환은행 등은 이렇게 높은 금리에 하이닉스의 해외채권 발행을 추진한 것은 해외 채권 수요자들이 국내 반도체 산업에 대한 투자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채무구조상 7년만기 채권 발행이 필요한데도 국내 금융회사들이 4~5년 만기 이상의 장기채권 인수를 꺼리고 있어 해외로 나가게 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하이닉스에 돈을 빌려주겠다는 국내 금융회사가 한둘이 아닌 지금,하이닉스가 무리수를 둔 것은 7월 초 구조조정촉진법을 졸업하기 위해서라고 분석했다. 당초 짜놓은 계획대로 리파이낸싱을 해야 하는데 시간에 쫓기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계 일각에서는 론스타가 대주주인 외환은행과 주간사인 씨티그룹 도이체방크 메릴린치 UBS 등 외국계 투자은행들이 거액의 수수료를 챙기기 위해 고금리 발행을 부추겼다고 의혹을 나타냈다. 김형호·이태명 기자 chsan@hankyung.com < 6월 25일자 기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