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공공기관 지방이전 작업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정부가 24일 발표한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은 176개 기관이 전국 모든 지역으로 분산 배치된다는 점에서 규모면으로 사상 최대다. 이전 목표도 수도권 과밀해소 외에 국가균형발전 전략에 따라 지역별 주력산업과 연계하고 있다는 점에서 종전과는 다른 형태를 띠고 있다. 하지만 지역별 형평성을 너무 의식한 나머지 숫자적 안배에 너무 치우쳤다는 지적과 함께 혁신도시 입지선정 등을 둘러싼 '지역 내 갈등'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왜 추진하나 공공기관 지방이전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수도권 집중화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수도권과 지방의 인구 비중은 1949년 20.7%대 79.3%로 격차를 보였으나 2004년에는 47.9%대 52.1%로 비슷해졌다. 2000년 기준으로 일본 32.5%,프랑스 18.7%,영국 12.2%인 선진국의 수도권 인구비중과 비교할 때 지나치다는 평가다. 특히 이처럼 수도권이 비대화되면서 국내 100대 기업의 본사 91%,벤처기업의 70%,제조업체의 57%,공공기관의 85%가 수도권에 집중될 정도로 경제적 기형구조를 낳았다. 따라서 이를 방치할 경우 수도권과 지방의 갈등이 심화돼 국민통합이 어려워지고 국토이용의 효율성 저하로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만큼 공공기관의 강제이전을 통해서라도 지방을 활성화시켜야 한다는게 정부의 논리다. ◆어떻게 배정했나 정부는 공공기관 이전 기본원칙으로 '형평성과 효율성'을 최우선 고려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대규모 기관을 포함해 기능이나 영역이 비슷한 82개 기관을 산업특화(12개) 및 연관성(9개) 등 21개 '기능군'으로 한 데 묶었다. 나머지 48곳은 개별이전 기관으로 분류됐다. 국책연구기관과 정부소속기관 등 41곳은 행정도시로 옮기기로 일찌감치 결정해 놓았다. 문제는 기능군으로 분류되는 기관의 수가 일정치 않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전남(15개)은 기능군(정보통신·농업지원)이 8개 기관에 불과하고 나머지 7개는 개별기관이다. 강원도(13곳) 역시 기능군(자원개발·건강생명)에서 제외된 개별기관이 6개나 된다. 반면 울산(11곳)은 기능군(에너지·노동복지) 분류기관이 9개인 반면 개별기관은 2곳에 불과하다. 이러다 보니 이전기관 숫자를 맞추기 위해 대상기관의 이전 희망지역을 고려하지 않은 채 개별 이전기관들을 들러리 세우는 편법을 동원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심지어 같은 기능군으로 분류됐던 기관도 상당수가 뿔뿔이 흩어진 사례까지 나타났다. 이 때문에 일부 지자체에서 '나눠먹기식' 배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넘어야 할 산 많아 오는 2012년이 되면 현재의 지방소재기관(64곳)과 행정도시 이전기관 등을 포함해 모두 290개 안팎이 지방에 배치된다. 반면 수도권에 남는 기관은 120개 안팎에 불과해 전체(410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현재의 85%(346개)에서 30%선으로 뚝 떨어진다. 하지만 시·도별 배정에 대해 벌써부터 반발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조만간 혁신도시나 개별이전기관을 놓고 시·군·구별로 치열한 유치전이 펼쳐지는 등 지역 내 갈등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 스스로도 공공기관 이전작업을 대표적인 갈등유발형 과제로 인정할 만큼 이해관계가 얽히고 설킬 수밖에 없다. 공공기관들이 문패만 지방으로 옮긴 뒤 편법으로 서울 등 수도권에 남는 기형적 기관운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도 이를 의식한 듯 이전지연 기관에 대해서는 예산지원 축소 등 보완책을 강구할 방침이다. 여기에 해당 공공기관 임직원들의 심리적 저항도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순조로운 이전을 위해 정부와 공공연맹이 노정협약을 맺었지만 노조의 향후 대응이 정부의 기대대로 움직여 줄지도 미지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과연 국토의 균형발전 효과를 거둘 수 있겠느냐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단기간에 이전효과를 검증할 수 없는 만큼 공공기관 이전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와 정책의 일관성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