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정부가 176개 공공기관을 12개 시·도로 옮기는 방안을 확정,발표함에 따라 논란 많던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 마침내 본격 착수됐다.
희망 기관을 유치하지 못한 지방자치단체와 희망 지역이 아닌 곳으로 옮겨가는 공공기관의 직원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정치적 계산이 깔린 나눠먹기'라는 야당의 비난 목소리도 크다.
그러나 이날 정부 발표로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사실상 되돌리기 힘든 과제로 우리 앞에 떨어졌다.
이제 남은 것은 적지 않은 국민반대를 무릅쓰고 강행된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키는 일이다.
단순히 건물과 사람만 지방으로 옮기는 게 아니라 지역경제 활성화를 통해 '국토 균형발전'이란 당초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당장 공공기관과 지자체들의 반발 해소,관련 기업도시 유치와 접목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부작용 최소화 급선무
우선 급한 것은 이번 발표로 반발하고 있는 지자체와 공공기관 직원들의 불만을 최소화하는 후속 대책이다.
지방으로 옮기는 당사자인 공공기관 직원과 공공기관을 맞이하는 지역주민들이 반발하거나 내켜 하지 않는다면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애초부터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공기관 직원들에 대해선 수도권 못지 않은 교육·생활환경을 보장하는 것이 관건이다.
전남 광주로 이전이 확정된
한국전력의 한 과장은 "다른 건 몰라도 아이들 보낼 학교만이라도 서울과 비슷한 수준이라면 가족들을 모두 데리고 이사할 계획"이라며 "그러나 아직은 그런 확신이 없기 때문에 혼자 갈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부분 공공기관 직원들이 가족을 수도권에 남기고 자신만 내려가면 국내판'기러기 아빠'만 양산한 채 지방 이전 효과는 반감될 게 뻔하다.
지역주민들에게도 공공기관 이전으로 지역경제가 활성화할 것이라는 분명한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
당초 희망했던 주택공사를 유치하지 못해 반발하고 있는 전라남도 관계자는 "대부분 주민들은 막연히 큰 기관,세금 많이 내는 기관이 배정되기만을 원했다"며 "공공기관 이전으로 우리 지역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선 주민 이해가 부족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지자체가 각 지방의 특성화 전략을 재점검하고,지역주민에게 적극 홍보하는 노력이 시급하다는 얘기다.
◆기업도시 등과의 접목이 관건
정부 계획대로라면 공공기관 지방 이전으로 지방 재정 확충엔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176개 이전 대상 공공기관이 최근 3년간 낸 지방세만 총 2268억원으로 연평균 756억원에 달한다.
예산 규모도 139조7921억원으로 정부 예산(134조원)보다 많다.
이에 따라 지방엔 13만3000개의 일자리와 연간 9조3000억원의 생산 유발 효과,4조원의 부가가치 유발 효과가 생긴다는 게 국토연구원의 분석이다.
그러나 실제 이런 효과가 나타나려면 공공기관과 연계된 기업도시 경제자유구역 산업클러스터 등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필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전 공공기관의 기능적 특성에 맞는 지역전략산업 육성을 위해 관련 기업도시 유치,혁신 클러스터 조성 등이 필요하다"며 "그래야 공공기관과 유치 기업 등이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지역경제가 활성화돼 공공기관 이전의 취지를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기업들이 기업도시 건설에 적극 나설 수 있는 인센티브를 강화하고,정부와 지자체가 일관성을 갖고 지역 특화산업에 대한 산·학·연 클러스터 지원 등 지역경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