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투기를 조장하고 있는 전국 95개 기획부동산 업체를 대상으로 집중 세무조사에 돌입하자 기획부동산들이 한껏 몸을 낮추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24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기획부동산 M사 관계자는 "출근하자마자 직원들을 모아놓고 주의를 당부한 뒤 모두 퇴근시켰다"면서 "소나기는 일단 피하자는 심정으로 사무실을 폐쇄하고 사태 추이를 관망 중"이라고 말했다. 삼성동 A사 관계자도 "어제 강남구 일대 부동산업체에 대해 집중 단속했다고 들었다"면서 "국세청 직원들이 오늘 송파구쪽으로 올 것이란 정보를 듣고 대비 중"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관련 업계에선 이번 국세청의 단속 실효성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기획부동산 업체 중 상당수가 토지 매매계약서와 고객 명단 등 관련 장부를 이미 빼돌렸기 때문이다. 기획부동산 업계를 잘 알고 있는 한 관계자는 "기획부동산 직원들은 관련 장부를 회사에 두지 않고 차 트렁크 등에 싣고 다니는 데다 속칭 '바지 사장'을 대표이사로 내세우기 때문에 국세청 단속이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