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한국인 사전상속 줄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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姜錫勳 < 성신여대 교수·경제학 >
많은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자녀에게 재산을 남겨주기 위함이다.
이와 관련하여 한국과 미국 가구주들의 연령별 순자산보유에서 드러나는 차이점은 흥미로운 시사점을 제공한다.
미국 가구의 경우 금융자산과 부동산자산의 합에서 부채를 제외한 순자산은 가구주 연령이 60대 중반일 때 최대가 된다.
한국은 50대 중반에 최대에 이른다.
미국의 경우 가구 순자산은 최대가 된 이후 완만하게 감소하며, 가구주 연령이 70대를 넘어도 최고점 대비 70% 수준을 보인다.
이에 반해 한국은 가구 순자산이 최대를 기록한 후 급속히 감소하여 가구주 연령이 70대 이상이 되면 최고점 대비 40% 수준으로 급락한다.
두 나라의 분석에서 사용되는 데이터의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무시할 수 없는 정도로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가구 순자산 보유형태의 차이는 은퇴연령과 상속동기로 설명될 수 있다.
사회보장제도가 잘 갖춰진 미국의 경우에는 60대 중반이 은퇴시기가 되며, 주로 상속동기 때문에 초고령층이 되어도 많은 자산을 보유한다.
한국은 '사오정퇴직' 등의 영향으로 많은 사람들이 50대 중반에 주된 직업을 은퇴한다.
그런데 한국의 부모들은 이 시기를 전후해 자녀들의 교육과 결혼을 통해 사전 상속을 하기 때문에 가구 순자산이 급속하게 감소한다.
물론 이러한 해석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분석이 필요하지만, 가처분소득의 반 이상을 교육비로 지불하고 있는 적지 않은 한국 가구들에게는 충분히 적용될 수 있는 가설일 것이다.
미국 가구의 사후상속과 한국 가구의 사전상속은 실제 자녀들의 행동양식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미국에서는 사전상속이 적다.
이에 따라 자녀들은 성인이 된 이후에는 자기생활에 대하여 스스로 무한책임을 지는 경향이 나타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자녀들이 성인이 된 이후에도 그들의 교육 결혼 비용까지 부모가 책임지려는 경향이 강하다.
심지어 이런 능력이 안되는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미안한 마음까지 가진다.
사전상속은 자녀에 대한 한국 부모들의 무한(無限)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이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자녀들의 의존성을 강화시키고 현실 적응력을 현저하게 떨어뜨릴 수 있다.
만약 자녀들 스스로가 대학교육에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을 해결해야 한다면 일부 학생들처럼 그렇게 무책임하고 성의없이 대학생활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자녀들 모두가 자기 힘으로 결혼비용을 충당해야 한다면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캥거루족'들처럼 자기 능력에 맞지 않는 직업과 허황된 결혼을 쫓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다.
한국 부모의 독특한 사전상속은 가정적으로 심약한 자녀를 만들고 국가적으로는 나약한 청년을 만들고 있으며, 노동공급 측면에서는 청년실업문제의 큰 요인이 되고 있다.
현재는 기대수명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세대간 단절이 심화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전상속은 자녀들의 삶을 나약하게 만들고 부모 세대가 가지고 있어야 할 노후의 자산을 고갈시킴으로써 노후생활을 파탄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
이제부터는 자녀들이 자기 땀으로 번 돈으로 대학을 다니게 하여야 한다.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스스로 노력하여 결혼 비용을 마련하도록 하여야 한다.
자녀를 사랑한다면 이제 한국 부모들은 사전상속을 줄여야 한다.
그래야만 무한경쟁시대에 자녀도 생존해나갈 수가 있고, 고령화시대에 부모도 생존해 갈 수 있으며, 국가적으로 청년실업도 해결의 단초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shkang@sungshi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