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의 주가가 2000년 9월 이후 4년여 만에 3만원대를 회복했다. 증시에서 무거운 주식으로 알려져 있는 한국전력이 최근 체중 감량에 성공하고 있다. 수익구조 개선,배당성향 제고 등의 복합 호재가 긍적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탄 한국전력은 올들어 2만6000~2만8000원 수준에서 박스권을 형성했다. 지난해 주가 강세는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원가 부담이 줄어 수익성이 호전된 데 힘입은 바 크다. 연평균 원·달러 환율이 전년보다 100원 내리면 한전의 영업이익은 12.7% 늘어난다는 것이 증권업계의 분석이다. 올들어 주가는 제2의 도약을 맞는다. 지난 5월부터 박스권 이탈이 시작된 뒤 3만원대까지 뛰어올랐다. 전문가들은 전기요금 산정 방식의 투명성 제고 기대,안정적인 수익구조 고착화,배당성향 상향 가능성 등이 주가를 밀어올린 동력이었다고 진단했다. 무엇보다 전기요금 산정 방식 변경이 관심을 끈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주가 강세와 관련,"환율 메리트는 지난해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됐다"며 "최근에는 전기요금 산정기준 개정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 상승의 촉매가 됐다"고 분석했다. 전기요금산정 기준은 이달 말께 마무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전력이 원하는 전기요금 산정방식은 원료비와 마진(수익)으로 구성된 천연가스 산정방식과 비슷하다. 원료비는 1~2개월에 한번씩 변경 적용되며 마진은 원칙적으로 1년에 한번씩 정부가 조정하는 구조다. 한국전력이 가스공사보다 낮은 밸류에이션(주가척도)을 적용받은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요금산정 방식의 차이에 있었다. 현대증권은 "요금산정 기준이 확정되면 이익과 주가의 변동성이 축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력·가스업종의 배당성향이 50%인 데 비해 한국전력은 30% 선으로 낮은 것도 주가 저평가 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주당 배당금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배당성향도 높아질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한국투자증권 윤희도 연구원은 "설비투자에 지장이 없는 한 배당성향을 증가시키는 것도 합리적인 주주 대책"이라고 말했다. 또 지난해 이익 감소를 고려할 때 올해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게 증권사들의 진단이다. 수익성이 좋아지는 것도 주가 상승을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한전의 올해 매출은 5.3% 증가하는 24조8620억원에 그치지만 영업이익은 16.08% 늘어난 2조2906억원으로 추정됐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