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체 경품행사 '약 올리나'..이월상품을 신제품인양 할인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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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목동에 사는 김모(36)씨는 최근 한국축구의 월드컵 6연속 진출을 기념해 마련된 '독일월드컵 여행경품행사'에 응모하러 A백화점에 들렀다가 황당한 일을 경험했다.
물건을 사지 않아도 응모할수 있다는 신문기사를 보고 갔는데 '잘못된 정보'라며 "구매하지 않으면 응모할 수 없다"는 행사담당 직원의 핀잔만 들었던 것.
김씨는 자신이 신문을 잘못 보았는가 싶어 다음날 백화점측에 다시 확인해 보니 그제서야 서둘러 행사를 준비하느라 생긴 실수였음을 자인했다.
유통업체들이 고객 유치를 위해 마련하고 있는 각종 경품 할인 행사가 일부 과잉 선전돼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A백화점처럼 구매하지 않아도 경품행사에 참여할 수 있다고 광고하거나,재고상품을 신상품으로 선전한 뒤 대폭 할인 판매한다고 광고하는 경우도 있다. 또 한정 판매 물량을 극히 소량으로 준비해 '속보이는 상술'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B백화점 영등포점은 재고상품으로 '한정 할인 판매행사'를 열었다가 소비자들의 원성을 산 케이스.이 백화점은 지난 3월 '○○침구류 신제품 80% 할인 한정판매' 기획전을 마련하면서 행사를 알리는 전단지를 인근 아파트단지에 뿌렸다.
이에 일부 주부들이 개점 1시간 전부터 줄을 서는 등 행사 물량은 순식간에 모두 동이 났다.
문제는 기획전에서 내놓았던 상품과 똑같은 침구류가 인터넷쇼핑몰 '이월상품코너'에서 버젓이 판매되고 있었던 것.
구매자들의 항의가 이어졌고 결국 백화점측은 판매 제품을 신제품으로 모두 교환해 주는 선에서 사태를 마무리지었다. 유통업체들은 극히 소량의 물량으로 한정 할인행사를 한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해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기도 한다.
올초 C백화점의 '복(福)상품 한정판매' 행사에 소파를 사러갔다가 해당 상품을 구경조차 못하고 돌아섰던 신모씨(40·신정동)는 "서둘러 갔는데도 물건이 없자 아무리 고객 유치행사라고 하지만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백화점 관계자는 "잦은 경품행사나 할인행사를 하다보니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쓰지 못한 점이 없지 않다"며 "고객이 불만을 표시하면 즉각 제품을 교환해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요 백화점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는 A사 관계자는 "백화점측에서 시가보다 70~80% 싸게 '협찬'을 하라는데 외면할 수도 없어 이월상품으로 대신하는 경우도 있다"며 "한정판매 등 기획행사가 많을 수밖에 없는 여름 비수기철이면 괴롭다"고 하소연했다. 유통업체들은 경비를 절감하기 위해 올 들어 사은행사를 줄이는 대신 경품행사를 늘리는 추세다.
정부는 오는 7월1일부터 백화점 할인점의 경품한도액을 현행 1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대폭 확대키로 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안이한 행사 분위기가 계속된다면 경품행사가 '경품(輕品)'행사로 전락할지도 모른다고 관계자들은 우려했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