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오션 전략의 핵심도구인 '전략캔버스(Strategy Canvas)'는 상품이나 서비스가 주는 가치를 고객의 시각에서 비교 평가할 수 있는 도구다. 이를 통해 현재의 상품이나 서비스가 제공하지 못하는 가치를 찾아내고 새로운 전략방향을 잡을 수 있다.


전략캔버스에서 고객이 느끼는 가치는 '가치곡선(Value Curve)'으로 표시된다. 레드오션에 빠져 있는 기업의 가치곡선은 경쟁사들과 아주 비슷하다. 고객들은 별 차이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값이 싼 것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기업들 간의 저가경쟁이 촉발되고 시장 전체의 파이는 줄어든다.


미국의 인튜이트(Intuit)사가 지난 84년 발표해 '대박'을 터뜨린 개인용 재무소프트웨어 '퀵큰(Quicken)'을 보자. 이전에도 재무소프트웨어는 있었지만 잘 팔리지 않았다. 재무소프트웨어의 가치곡선을 분석하면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고 선택사양(각종 버튼)이 많아 사용하기 어려운 결점이 드러난다. 속도가 빠르고 정확하다는 장점이 있음에도 불구,소비자들이 재무소프트웨어를 별로 사지 않았던 이유를 알 수 있다.


이 경우 업체들은 기존 제품보다 모든 면에서 '조금 더 나은' 상품을 개발하려는 작업에 나서는 게 일반적이다. 더 싸고,더 쉬우며,더 속도가 빠른 소프트웨어를 지향한다.


그러나 인튜이트는 달랐다. 그래봐야 소비자들이 보기엔 별 차이가 없을 것이란 결론을 내렸다.


그들은 대신 비(非)고객에 주목했다.


비고객은 재무소프트웨어를 쓰지 않는 사람들이고 그들은 모두 예전 방식대로 연필을 들고 가계부를 쓰고 있었다. 그림에서 연필의 가치곡선을 보라. 비록 속도와 정확성은 떨어지지만 가격이 싸고 쉽게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인튜이트는 비고객들이 원하는 가치,즉 용이성에 집중한 '퀵큰'을 만들어내 전혀 다른 차별화에 성공했다. 선택사양을 대폭 줄여 가격을 기존 제품의 3분의 1 수준으로 낮추는 원가절감도 동시에 이뤄냈다.


그림에서 보듯 '퀵큰'의 가치곡선은 기존 소프트웨어와 전혀 다르고 오히려 연필의 장점을 많이 갖고 있다. 소비자들은 '퀵큰'을 '연필처럼 사용하기 쉬운 전자가계부'로 여기고 지갑을 열게 됐다.


'퀵큰'이 빅히트를 치면서 개인용 재무소프트웨어 시장은 전해에 비해 100배나 커졌다.


좋은 전략캔버스는 핵심 경쟁요소에 대한 집중(focus),다른 가치곡선과의 차별성(divergence),메시지가 뚜렷한 멋진 슬로건(compelling tagline) 등 3가지 특징을 갖는다.


이 기준을 만족시키는 가치곡선을 찾아낼 때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아진다.


신희철 가치혁신연구소 연구원 ksk300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