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영 <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우리 경제를 둘러싼 최근의 논의는 지나치게 단기적인 문제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정부와 기업은 물론 언론들도 단기 지표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연초에는 백화점 매출 등 단편적 지표의 변화에 흥분하기도 했다. 얼마 전까지 올해 5% 성장 여부가 이슈가 되더니,1분기 성장률 잠정치가 2.7%로 발표된 후에는 4% 달성 여부를 둘러싸고 뜨거운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단기 지표에 일희일비하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경기 회복을 목말라 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지난 2년간 민간소비가 감소 추세이고 기업들의 투자 역시 과거와 같은 활기는 찾아볼 수 없다. 몇몇 연구기관들이 경기 회복 전망을 내놓지만 도대체 실제로 느낄 수 없으니 답답한 노릇이고 따라서 단기 지표에 관심을 쏟는 것도 당연한지 모르겠다. 그러나 한 발짝 물러나서 생각하면 문제는 달라진다. "4%를 달성하면 어떻고 못하면 또 어떤가"라고 말하면 지나치게 안이한 것일까♥ 성장 고용 등 거시지표들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단기적인 경제지표에 몰두해 일희일비하는 동안 좀더 중요한 것을 놓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현재 상황에서 단기적 거시경제지표의 개선보다 더욱 중요한 문제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경기 회복이 어떤 의미를 가지냐는 것이다. 2000년 8월을 정점으로 우리 경제는 추세적인 하락을 겪고 있다. 만일 이번 경기 회복이 충분히 지속돼 우리 경제가 오랜 위축기에서 벗어나게 된다면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지난 5년간 이미 세 차례나 그랬듯이 일시 회복 후 다시 하강하는 더블딥 양상이 반복된다면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특히 경기 하강에 따라 현재의 부동산 가격 급등세가 급락세로 반전될 경우 일본식 장기 침체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게 될 것이다. 둘째,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 경제가 장기적 관점에서 안정 성장의 기반을 다져나가고 있나 하는 점이다. 기업구조조정이 잘 진행되고 있는지,이에 따라 기업들의 경쟁력이 배양되고 좋은 일자리 확충 여건이 마련되고 있는지 등이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또한 새로운 고부가가치 산업영역을 구축하는 문제,그리고 이런 모든 문제의 근본인 사람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우리 경제의 순환주기가 짧아지면서 이런 문제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일시적인 경기호전 분위기에 안주하고 일시적인 악화조짐에 조급해하며 우왕좌왕한다면 그 경제에서 희망을 찾기는 어렵다. 기업들의 합리적인 의사 결정이 어려워지고,국가 정책이 장기적인 비전 하에 추진되기보다는 단기적인 성과에 따라 오락가락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 경제의 미래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변수라고 할 수 있는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가 그 예다. 적절한 동기 유발을 통해 고령화의 부작용을 완화하거나 출산율을 높여 경제의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인 현안에 함몰된 채 이런 문제는 이미 굳어진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경기 향방과 경기 활성화를 위한 단기 대책도 중요하다. 그러나 경기 활성화의 궁극적 목표가 국민들의 후생을 증가시키는 것이라면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장기 대책과의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할 적절한 기회를 놓친다면 훗날 다시 해결하는 데에는 훨씬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거나 혹은 아예 불가능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