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데스크] 부동산대책, 코드부터 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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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신문이 지난주 '긴급제언-집값 문제 이렇게 풀자'라는 시리즈를 내보내는 동안 독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제언내용은 △판교같은 알짜배기 땅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아파트 공급물량을 지금보다 1만가구 더 늘리자(그래도 밀도는 분당보다 낮다)는 것과 △자연을 파괴하면서까지 신도시를 마구 짓느니 서울의 주거지역 용적률을 높여 도심 재개발을 활성화하자는 것,그리고 △서민들의 주거환경 개선과 주거문화의 혁신을 위해 임대주택의 컨셉트 및 공급방식을 바꾸자는 것이었다.
독자들은 "모두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만 했지 작심하고 대안을 제시한 적은 없었다"며 "그런 점에서 한국경제신문의 편집방향이 돋보였다"고 평가했다.
의견을 보내온 독자층도 40대 가장에서부터 주부,학생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시리즈가 나가는 동안 평소 연락이 뜸했던 지인들의 전화도 꽤 있었다.
한 전직 관료는 "지금의 집값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의적절한 대안"이라고 했다.
그러면 왜 현직에 있을 때 정책에 반영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분위기를 잘 알면서 그러느냐"고 얼버무렸다.
현직에 몸담고 있는 한 관료는 "하고싶은 말을 대신해줘서 시원하다"고 했다.
직접 말하면 되지 않느냐고 하자 "실무라인과 생각이 다르고 굳이 나설 이유도 없지 않느냐"며 말끝을 흐렸다.
심지어 정책 결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한 관료는 "대통령님과 생각이 같은 만큼 소신껏(?) 정책을 추진해나가겠다"며 "강남과는 끝까지 해보겠다"고 결전의 의지까지 다졌다.
통치권력의 코드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는 자기변명과 치열한 코드 맞추기에 나선 모습들이다.
이를 힐난하듯 한 젊은 엘리트 공무원은 "정말 국민과 국가만을 생각하고 정책을 세웠다면 지금처럼 부동산정책이 엉망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높은 분의 입맛에 맞는 방향으로 정책을 만들어내려고 애를 쓰는 선배들을 볼 때면 깊은 좌절감에 빠진다"며 하소연해왔다.
일부 관료들의 코드 맞추기에 대한 자탄이었다.
지금의 부동산정책이 실효성을 거두지 못한 채 혼선을 빚고 있는 까닭을 읽어낼 수 있는 대목들이다.
일부 공무원들이 열심히 코드를 맞췄지만 결과는 통치권자에게 누만 끼친 꼴이 되고 말았다.
코드에서 풀려나 진정으로 통치권자와 국민들을 위한 정책을 세우고 추진하는 일이야말로 참된 코드 맞추기임을 깨달을 필요가 있어보인다.
어쨌거나 지난 17일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열린 당·정·청 부동산대책회의에서 판교의 중대형 택지 공급일정을 전격 보류키로 했다.
청와대에서는 국민적 공감대를 전제로 도심의 용적률 제고 문제도 거론되는 듯하다.
여기저기서 "한국경제신문의 긴급 제언이 먹혔네요"라는 격려의 전화가 쏟아지고 있다.
제언대로 판교의 공급물량을 늘릴지,용적률 상향조정을 통한 도심 재개발 등이 이뤼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검토 대안 중에는 포함된 것 같다.
덧붙여 임대주택 문제에 대한 검토도 혁신적 차원에서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상철 건설부동산부장 che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