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오프닝) 최근 엔씨소프트를 필두로 신작게임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게임주들이 연일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특히, 대형게임 회사들이 퍼블리싱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가가 크게 출렁이는 모습을 보였습니다.오늘 마켓이슈시간에는 이 같은 기대감이 말 그대로 기대감으로 그치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보는 시간 마련했습니다. 보도본부 최서우 기자 나왔습니다. 앵커1) 본격적으로 얘기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퍼블리싱사업이 뭔지 간단히 설명해주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기자) 간단하게 말씀드리자면,영화나 책의 경우를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영화는 영화감독이 만듭니다. 책은 작가가 글을 써서 완성하게 됩니다. 게임의 경우 영화감독이나 작가에 해당하는 사람이 게임개발자 또는 개발사입니다. 영화감독이 만든 영화는 제작사나 배급사를 통해서 책은 출판사를 통해서 소비자와 만날 수 있게 됩니다. 게임산업에서 이러한 역할을 맡는 것이 바로 퍼블리셔, 또는 퍼블리싱 사업자라고 합니다. 결국 퍼블리싱사업은 개발과정을 거쳐 완성된 하나의 게임을 마케팅을 통해 대중에게 배포하는 사업이라고 보시면 이해가 쉬우실 겁니다. 앵커2) 자, 그럼 본격적인 얘기를 시작해 봐야 할 텐데요. 게임주에 대한 얘기를 할 때 역시 빼놓을 수 없는 회사가 바로 엔씨소프트입니다. 최근 이 회사가 "게임포탈을 통해 퍼블리싱 사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죠? 기자) 예 그렇습니다. 이달 초 게임포탈의 라인업을 전격적으로 공개한 데 이어 이틀전인 지난 14일 엔씨소프트가 게임 퍼블리싱을 전면 확대하겠다"라고 밝혀 이 사업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앵커3) 향후 게임포탈을 통한 퍼블리싱사업 비중은 어느 정도나 됩니까? 기자) 게임포탈사업에 대한 향후 계획을 회사관계자로부터 직접 들어봤습니다. "포탈을 중심으로 보면 3년내에 자체개발게임과 외부개발사 게임의 비율을 5:5 수준으로 갈 계획이다." 결국 자체개발보다는 외부개발사에게 더 많은 기회를 열어주겠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퍼블리싱 대상업체들에게 금전적인 부분은 물론 인력면에서도 상당한 지원을 약속한 상태입니다. 앵커4) 엔씨소프트가 퍼블리싱사업에 거는 기대가 상당한 것 같습니다. 이같은 전폭적인 지원과 투자가 있다면 그만큼 수익이 따라줘야 할텐데요? 기자) 기업의 입장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이윤 창출입니다. 투자한만큼 이윤을 창출하지 못하면 결국 손해나는 장사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엔씨소프트 내부에서조차 게임포탈사업이 매출신장에 기여하는 효과에 대해서는 그다지 확신을 못하고 있습니다. "대작게임이 많기 때문에 포탈부분에서 대작게임 이상의 매출을 발생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엔씨소프트가 게임포탈의 라인업 공개를 통해 발표한 게임은 총 6개입니다. 이 중 구체적인 사업진행 이뤄지고 있는 게임은 1개정도 입니다. 올해내에 나머지 게임들의 정상적인 서비스가 이뤄질지도 아직까진 의문입니다. 입계에서는 엔씨소프트가 퍼블리싱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이유가 '게임포탈에 포함될 나머지 게임들이 차질을 빚고 있고 때문이 아닌가'라는 추측마저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5) 어쨌든 해당회사에서조차 신작 프로그램을 만들어 놓고 매출 창출에 자신이 별로 없다라는 식의 얘기는 좀 이해가 가지 않는군요. 다음 애기로 갈까요. 엔씨소프트의 경우 거액을 들여 외국의 거물급 인력을 잇따라 영입해 한때 화제를 모으기도 했는데요. 자체개발인력만으로 충분치 않은가요? 기자) 엔씨소프트는 4년 전 '온라인 게임의 아버지'로 불리는 리차트 게리엇을 포함한 20여 명의 개발팀을 영입할 때 400억원이라는 막대한 비용을 투자했습니다. 이후 반 카니헴이라는 유명개발자 또한 수십 억원 대의 비용을 들여 영입했습니다. 문제는 막대한 돈을 들여 영입한 이들이 과연 몸값에 걸맞는 성과를 내고 있냐는 것입니다. 해외법인쪽이 아니더라도 엔씨소프트 국내 본사의 총 직원수는 대략 1500명에 달합니다. 이 중 개발인력은 600명에 달하며 그 가운데 프로젝트를 진행시킬 수 있는 핵심개발자는 30명 정도입니다. 이들의 연봉수준 또한 몇 억원대에 이릅니다. 결국 막대한 인건비를 자체개발인력에 쏟아붓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외부개발사와의 업무를 확대하겠다고 밝힌 것은 자체개발인력의 투자대비 수익성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을 수밖에 없습니다. 앵커6) 엔씨소프트 이외에도 많은 대형게임회사들이 퍼블리싱 사업을 강화하고 나섰는데요.. 그 이유가 궁금해질 수밖에 없네요? 기자) 말씀하신대로 엔씨소프트를 비롯해 많은 대형게임회사들이 퍼블리싱 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습니다. 업계관계자를 만나 이유를 물어봤습니다. "입맛이 까다로운 국내 게이머를 위해서는 다양한 콘텐츠 확보가 필요하다. 자사의 리소스만으론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해외진출을 통한 글로벌화에도 도움이 된다. 각국의 현지화 작업을 위해선 퍼블리셔와 개발사의 분업이 필요하다." 앵커7) 방금 들은 내용 이외에도 또 다른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요? 기자) 맞습니다. 또 한가지 중요한 이유는 게임이 실패했을 때 재무적인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대형업체들이 대규모의 자체개발비를 들여 만든 게임이 실패로 돌아가면 그 타격도 고스란히 회사로 돌아갑니다. 하지만, 퍼블리싱사업은 이런 위험요소를 개발사와 어느 정도 분담할 수 있다는 효과가 있습니다. 얼마전 대표적인 포탈업체 NHN이 100억원에 달하는 개발비를 들여 '아크로드'라는 대작게임을 내놓았습니다. 리니지가 장악하고 있는 MMORPG시장에 도전했지만 결과는 실패였습니다. NHN도 이러한 실패가능성을 염두해두었는지 NHN게임스라는 별도법인을 통해 게임을 퍼블리싱했습니다. '아크로드' 실패시 NHN이 입을 수 있는 타격을 최소하 하자는 계산이었을 겁니다. 앵커8) 퍼블리싱 사업의 장점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모든 일에는 장점과 함께 단점이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기자)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대형게임회사, 즉 퍼블리셔 입장에서는 개발역량이 축적되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결정적인 단점입니다. 게임이 성공하더라도 개발역량, 다시 말해 해당 게임의 노하우는 게임을 직접 개발한 중소개발사에 고스란히 남게 됩니다. 퍼블리셔 입장에서는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사업진행의 수월성입니다. 퍼블리싱 사업은 다른 회사와의 공동작업입니다. 한 회사에서 모든 작업을 진행하는 것 보다는 당연히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할 수밖에 없습니다. 게임개발진과 마케팅을 담당하는 퍼블리셔측의 의사충돌로 사업진행이 늦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입니다. 마지막으로 수익성 측면입니다. 이 부분은 양날의 칼과 같은 면인데요... 아까 게임이 실패시 리스크를 분담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드렸는데요, 바꿔말하면 게임이 성공할 때의 이익률이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 퍼블리셔와 개발사가 이익을 공유해야하는 사업구조상 어쩔 수 없는 부분입니다. 앵커9) 얼마전 게임회사가 유명 게임개발자와 손을 잡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관련 회사의 주가가 크게 올랐는데요? 기자) 처음에 말씀드렸던 것처럼 유명한 게임 개발자들은 유명 영화감독 또는 베스트셀러 작가와 비슷합니다. 유명 감독이나 작가의 이름값만으로 어느 정도의 흥행이 보장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퍼블리셔 입장에선 검증된 개발능력을 통해 게임의 성공을 조금 더 낙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스타급개발자의 영입은 그 자체가 하나의 마케팅이 될 수 있습니다. 막대한 비용의 마케팅비용에 버금갈 만큼 그 효과가 있는 셈입니다. 앵커10) 스타급 개발자의 영입이 게임의 흥행보증수표라고 단언할 수 있을까요? 기자) 이에 대한 답변 역시 업계 관계자의 얘기를 통해 들어보겠습니다. "스타급 개발자 영입이 흥행의 좋은 키는 될 수 있다.하지만, 아직까지 그것이 충분조건은 아니다." 지금까지 이해를 돕기 위해 게임산업을 영화산업에 비유했지만,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아직까지 산업의 성숙도 측면에서 분명 차이가 있다는 의견입니다. 제가 만난 업계 관계자가 재미있는 예를 들려줬습니다. "영화를 좋아해서 밤을 새면서까지 영화를 보면 영화팬 또는 영화광이라는 표현을 쓰지만, 게임을 좋아해서 밤새 게임을 즐겼다고 하면 아직까지 그리 좋은 시선으로만 보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영화와 게임이 아직까지 성숙도 측면에서 엄연한 차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입니다. 규모면에서는 게임산업이 4조원을 넘어서면서 이미 영화를 앞질렀다고 하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이 남아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궁극적으로 게임 산업이 한단계 진일보하려면 퍼블리셔와 게임개발자가 분리되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시기상조라는 생각이 듭니다. 온라인게임의 종주국인 한국 게임산업이 좀 더 성숙되기 위해선 과감한 투자나 체질개선도 좋지만, 신중함도 겸비해야 할 것입니다. 최서우기자 swchoi@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