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가격의 급등은 미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며 국제유가나 금리 상승으로 집값의 거품이 터질 경우 세계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도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2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부동산에 대한 국제적인 강박관념'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방 2개짜리 아파트가 100만달러(약 10억원)에 달하는 것은 뉴욕 외에 런던 홍콩 파리 등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며 "최근 주택가격 급등은 전 세계적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경우 지난 1971년부터 2003년까지 연평균 집값 상승률은 1.3%에 불과했지만 2003년 3분기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1년여 동안의 상승률은 13.0%에 달했다. 영국 스페인 아일랜드 프랑스도 1971년부터 2003년까지의 연평균 상승률은 각각 3.6%,3.6%,3.4%,1.7%에 그쳤지만 2003년 3분기 이후 1년여 동안의 상승률은 각각 13.8%,17.2%,10.8%,14.7%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뉴욕타임스는 "국제적인 주택 붐은 국제화의 부산물로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게 부담스럽다"며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 주고 집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금융시장은 점점 더 개방되고 국제화되며 서로 연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특히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를 비롯한 여러 나라의 중앙은행들이 주택 붐을 부추긴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FRB가 2000년 주가 하락과 기술주 붕괴로 인한 경제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금리를 급격히 인하했고 EU 중앙은행 등 다른 나라 중앙은행들도 같은 조치를 취해 전 세계 금리가 낮아지면서 주택시장에 불을 붙였다는 것이다. 리먼 브러더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존 르웰린은 "미 FRB와 다른 중앙은행들이 주식시장에서 잃은 부를 주택에서 되찾을 수 있도록 이런 붐을 부추겼다"고 말했다. 영국 리딩 대학의 부동산경제학자인 마이클 벨은 "주택 붐은 곧 절정에 이를 것"이라면서 "계속 올라갈 수는 없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워싱턴 국제경제연구소(IIE)의 프레드 버그스텐 소장은 국제유가의 갑작스런 상승이 인플레를 자극하고 금리 상승을 촉발시킬 경우 주택시장의 거품이 터질 수 있고 그로 인해 세계 경제가 큰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