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인가 독인가.'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사기로 했다.보통주 380만주,우선주 30만주 등 총 1조9200억원 어치를 오는 14일부터 9월13일까지 매입한다고 10일 공시했다.이에 대해 시장의 반응은 일단 긍정적이다.이날 주가는 49만1500원으로 2.3% 올랐다.이같은 오름세가 지속될 것인가에 대해선 시각이 엇갈린다.외국인 매물이라는 변수가 문제다. 외국인들은 통상 자사주 매입기간을 매도 기회로 활용한다. 대량의 매물을 확실한 가격에 받아줄 곳이 생겨서다. 현대차와 포스코도 올 들어 자사주를 사면서 외국인의 매물공세에 시달렸다. 삼성전자 역시 과거 7차례 자사주를 사들이는 동안 외국인 지분율이 감소한 것은 6차례나 된다. 자사주 매입기간에 주가가 오른 때보다 떨어진 때가 더 많았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과거와 다를 것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외국인 지분율이 낮아질 대로 낮아진 상태여서 나올 매물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번 자사주 매입은 매물은 별로 없고 막강한 매수세력이 생긴 호재라는 주장이다. ○초점은 외국인 삼성전자는 지난 2000년 이후 7차례 자사주를 샀다. 처음 샀던 2000년을 제외하고는 6차례 모두 외국인 지분율이 줄어들었다. 쉽게 말해 외국인은 주식을 팔아치웠다. 작년 하반기 자사주 매입 때는 외국인 지분율이 3.31%포인트나 줄었다. '자사주 매입=외국인 매물공세'라는 등식이 성립되고 있는 셈이다. 자사주 매입기간 중 주가도 약세를 보인 때가 많았다. 자사주 매입 직전과 완료 직후의 주가를 비교해보면,7번 중 4번은 주가가 하락했다. 자사주 매입이 주가를 끌어올리는 데는 실패했다는 결론이다. 하지만 이번 자사주 매입 때도 외국인이 매물공세를 펼 것인가에 대해선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예전처럼 외국인이 대거 매도할 것이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일각에선 현재 외국인 지분율이 54.10%로 거의 바닥 수준이라는 점에서 매물이 많이 나오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나와봐야 소량에 그칠 것이라는 주장이다. 정창원 대우증권 IT(정보기술)팀장은 "자사주 매입 자체가 주가 상승을 이끌지는 못하겠지만 투자심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하반기 IT경기 회복과 함께 삼성전자 실적이 3분기부터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향후 주가도 6개월 목표주가인 60만원 선까지 점진적인 상승세를 탈 것"이라고 말했다. ○자사주가 최대주주로 등극 미국 인텔사는 이날 새벽(한국시간) 2.4분기 매출이 증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세계 IT 경기의 바로미터로 통하는 인텔의 실적 호전 전망은 미국 증시의 강세를 이끌었다. 삼성전자 주가도 이날 장 초반부터 가파른 오름세를 나타냈다.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이 인텔 효과의 강도를 높여줄 것인지,아니면 희석시킬지 아직 확실치 않다. 외국인 매도물량이 기대대로 많지 않다면 지수 상승을 견인할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 비중이 15%에 달해 지수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 절대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반면 외국인 매물이 쏟아진다면 종합주가지수가 1000을 돌파하고 안착하는 데 걸림돌이 될 가능성도 있다. 중장기적인 전망도 엇갈린다. 자사주 매입은 결국 유통주식을 감소시켜 주가의 움직임을 가볍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반면 소각용이 아닌 이상 어떤 형태로든 시장에 물량을 다시 내놔야 한다는 게 부담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이번 자사주 매입이 끝나면 자사주가 단일주주로는 최대주주가 된다. 자사주 지분율이 9.24%에서 11.97%로 높아져 현재 최대주주인 씨티그룹의 10.29%를 추월하게 된다. 10%가 넘는 물량이 잠재매물로 남게 되는 셈이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