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규제 완화 문제를 놓고 논란이 뜨겁다. 정부 내에서도 재정경제부와 산업자원부 등은 국내 대기업의 수도권 공장 신·증설을 적극 허용하자는 입장이지만 국무총리실과 건설교통부는 지역 균형발전과 배치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국 투자기업은 허용해 주면서 국내 대기업은 계속 규제를 하는 것은 역차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사는 최근 사단법인 기업사랑운동과 함께 '수도권 규제와 국내 기업 역차별'이란 주제로 좌담회를 가졌다. [ 참석자 ] 이현석 대한상공회의소 상무 전일수 인천대 동북아물류대학원장 정신모 기업사랑운동 공동대표 허재완 중앙대 교수 사회 = 안현실 논설.전문위원 -------------------------------------------------------------- ○사회=정부는 최근 수도권 공장 신·증설 문제와 관련,외국 투자기업 25개 첨단업종에 대해선 신·증설을 즉각 허용했습니다. 반면 국내 대기업의 신·증설은 수도권 공공기관의 지방이전과 연계,결정키로 해 역차별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정신모 대표=수도권 규제는 1964년 대도시 인구 집중 억제정책부터 시작해 40년이 넘었습니다. 하지만 효과를 거뒀다는 증거는 없어요. 결국 실패했다는 얘기지요. 이제 근본적으로 수도권 규제 정책을 재검토할 때입니다. ○허재완 교수=70년대 수도권을 규제했을 때는 자고 일어나면 공장이 생기던 때였습니다. 수도권의 일자리를 모아 지방으로 내려보내자는 분위기가 팽배했어요.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많이 변했습니다. 무엇보다 요즘은 수도권에도 일자리가 없어 야단입니다. 과거에는 시장이 만들어 놓은 일자리를 정부가 배분하면 됐지만 지금은 정부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어야 할 입장입니다. 또 이전의 폐쇄경제 체제 아래에선 수도권에 공장을 짓지 못하게 하면 할 수 없이 지방으로 갔지만 이제는 개방경제 체제여서 해외로 나가버리면 그만입니다. ○이현석 상무=수도권 규제책에도 불구하고 인구와 국내총생산에서 수도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 늘었습니다. 수도권 규제에 따라 지방으로 옮긴 400개 기업을 조사했더니 304개가 충청도 등 정부가 의도하지 않던 수도권 인근으로 이전했어요. ○전일수 교수=세계 어느 나라도 수도권 규제를 해 성공한 곳은 없어요. 영국 프랑스 등도 우리와 같이 규제를 하다 실효성이 없어 90년대 초반 이 정책을 포기했습니다. ○사회=규제 정책을 폈으니까 그나마 이 정도였지 규제를 풀었다면 지금 어떤 모습일지 냉정하게 판단해 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허 교수=중요한 것은 효율성입니다. 뉴욕 런던 등의 사례를 보면 인구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더 이상 늘지 않아요. '집적의 이익'이 사라지기 때문이지요. 규제는 인구가 정점에 달하는 시간만 연장할 뿐입니다. 이 과정에서 관리상의 어려움이나 비효율성이 나타나게 되는데 이런 것은 카운트하기가 어렵습니다. ○이 상무=지역 균형발전을 이루는 방법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점입니다. 수도권을 인위적으로 억제해서 지방으로 분산하는 방식은 문제가 많아요. 이런 방식은 수도권과 지방 모두 손해를 보는'마이너스 섬 게임'이 될 수 있습니다. ○사회=수도권을 규제하면 지방이 발전할 것이라는 생각이 잘못됐다고 말하는 전문가들도 있습니다. ○전 교수=수도권을 규제하면 수도권과 지방 모두 하향 평준화될 가능성이 높아요. 앞서가는 지역을 규제해 균형발전을 이루겠다는 방식에는 돈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따라서 정치인들은 규제를 통한 균형을 선호하게 마련이지요. ○정 대표=지방이 못사는 건 수도권이 잘살아서가 아니라 지방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은 탓이에요. ○사회=수도권 규제와 관련된 문제는 정치적,경제적 성격이 혼합돼 있는 것 같습니다. 대안을 마련하고 수도권 규제를 완화해야 할텐데요. ○이 상무=먼저 중앙정부가 직접 지원하는 것입니다. 기업도시를 만든다든가,경제특구를 만든다든가 하는 식이지요. 기업은 돈을 따라가게 마련입니다. 다른 하나는 지자체가 자구 노력을 하는 방법이에요. 이를 위해선 중앙정부가 갖고 있는 권한을 지방으로 대폭 이양해야 합니다. ○정 대표=지자체의 노력이 앞서야 합니다. 외국 지자체는 기업을 끌어들이려고 있는 것,없는 것 다 주는데 국내 지자체는 땅만 팔아먹을 생각만 하고 있어요. 미국 앨라배마주가 현대자동차 공장을 유치한 비결을 배워야 합니다. ○전 교수=중앙정부가 지자체에 재정 및 행정 권한을 대폭 이양하지 않으면 지방정부가 어떤 액션을 취하기가 힘들어요. 지방의 여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게 문제입니다. 중앙정부의 자세 변화가 없으면 지방은 결코 발전할 수 없어요. ○허 교수=권한이 이양되더라도 격차는 피할 수 없습니다. 단기적으로는 돈의 지방 이전을 촉진하면 되지 굳이 공장 수를 같게 할 필요는 없어요. 예를 들어 수도권 규제 완화를 통해 얻은 이익을 지방으로 환류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면 됩니다. 비수도권에 굳이 공장이 가지 않더라도 돈이 가도록 만들면 된다는 얘기지요. 정리=강동균·사진=허문찬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