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대체용 리필 잉크를 만드는 것으론 뭔가 성이 안 차는 느낌이 있었죠.이제야 투명 전자잉크로 허전한 부분을 채울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21세기 유통혁명의 총아'로 불리는 전자태그(RFID)의 안테나로 활용될 수 있는 '투명 전자잉크'를 개발해 주목을 받고 있는 잉크테크의 정광춘 사장(52?사진).그는 "이제는 '최첨단 원천기술을 지닌 벤처기업'이라고 당당하게 회사를 소개할 수 있게 돼 행복하다"며 얼마 전에 개최된 기자간담회에서 못다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1992년 설립된 잉크테크는 잉크젯 프린터용 리필킷을 생산하며 두각을 나타낸 '토종' 벤처기업.정 사장은 "리필 잉크에만 매달리기엔 아쉬운 점이 많았다"며 "3년 전 코스닥에 입성하면서 회사 비전을 새로 수립해 전자재료 사업에 도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2년반 동안 20억여원을 투자해 차세대 신소재인 투명 전자잉크를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투명 전자잉크는 전도성이 뛰어난 은(銀)을 이용한 액상 형태의 신물질로 RFID나 인쇄회로기판(PCB),디스플레이,항균 필터,전자파 차폐 등 광범위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전자산업용 잉크다. 그는 "RFID와 같은 첨단 분야에선 구리선을 까는 에칭 공정 대신 금속을 이용한 프린팅 공정으로 진화하고 있는 추세"라며 "하지만 저가에 대량생산할 수 있는 전자 재료가 마땅치 않았다"고 설명했다. 미국이나 일본에선 이미 나노잉크나 페이스트 잉크 등 전자잉크가 있지만 제조단가가 워낙 높아 본격적으로 상용화되지 못했다고 했다. 정 사장은 "투명 전자잉크는 재료비만 따져 봐도 나노잉크의 절반 이하로 저렴한 데다 입자가 미세해 안정성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투명 전자잉크를 당장이라도 적용할 수 있는 분야로는 항균 필터나 전자파 차폐 등을 꼽을 수 있지만 가장 유망한 분야는 2007년께 1조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되는 RFID이다. 정 사장은 또 "제조공정 자체를 바꿔야 하기 때문에 당장 적용하긴 어렵지만 앞으로 PCB나 디스플레이 등의 회로도 잉크로 그리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특히 차세대 플렉서블(flexible) 디스플레이는 잉크를 소재로 하지 않고는 상용화가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