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금리 인상이 종착역에 이르고 있다는 신호가 울리고 있다. 리처드 피셔 미 댈라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1일(현지시간) “금리 인상을 야구에 비유하면, 지금은 8회이며 이달말 회의가 9회가 될 것”이라고 언급,금리인상이 조만간 마침표를 찍을 것임을 시사했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들도 이날 5월 미 제조업지수가 2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짐에 따라 추가 금리 인상은 어려울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오는 29-30일 열릴 미 연방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올리더라도 마지막이 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피셔 총재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금리를 인상할 여지는 있지만 금리 인상 주기로 볼 때 이달 말이 야구경기의 9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방기금 금리는 물가를 자극하지 않는 동시에 성장세도 위축시키지 않는 수준이 돼야 한다"며 "우리는 아직 그 수준에 도달하지 않았지만 점차 가까워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FRB는 즉각 미셸 스미스 대변인 코멘트를 통해 "피셔 총재의 발언은 FOMC의 의견이 아닌 개인적 견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미 공급관리자협회(ISM)가 발표한 5월 중 미 제조업지수는 금리 인상이 더 이상 어려울 것이란 전망을 뒷받침했다. 5월 제조업지수는 51.4를 기록,전달보다 1.9포인트 떨어졌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52.1보다 0.7포인트 낮은 것으로 지난 2003년 6월 이후 최저치다. 지수 하락폭이 큰 것은 제조업의 활력이 급격히 떨어졌다는 의미여서 금리 인상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에 대해 노버트 오어 ISM 설문위원회장은 "미국 제조업이 모멘텀을 잃고 있다는 의미"라며 "호황 기준선인 50 이하로 떨어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비관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이언 모리스 HSBC 이코노미스트는 "역사적으로 볼 때 FRB는 제조업지수가 53 이하로 떨어지면 금리 인상 기조를 멈췄다"고 말했다. 이처럼 금리 인상이 주춤해질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뉴욕 금융시장에선 10년만기 미 국채 수익률이 이날 3.89%까지 떨어지고 다우지수는 82포인트 올라 10,549를 기록하는 강세를 보였다. 일본 10년만기 국채 수익률도 1일 장중 한때 4bp(100bp=1%포인트) 감소한 1.2%를 기록,15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선물시장에서도 10년만기 국채 6월물 가격이 장중 한때 141.17까지 상승(수익률은 하락),22개월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 거래인은 "미국 국채 수익률 하락이 6월물 가격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금리 인상이 막바지에 달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크리스 럽키 도쿄미쓰비시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FRB가 너무 앞서 나갔다는 전형적인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며 "과거 FRB가 금리를 200bp(2%포인트) 이상 올릴 때마다 미국 경제는 침체 또는 침체에 가까운 부진을 겪어왔다"고 지적했다. FOMC가 이달 말 연방금리를 25bp 더 올리면 최근 1년간 금리 인상폭은 2.25%포인트(225bp)에 이르게 된다. 이밖에 3%대로 추락한 미 국채 수익률 등 장기금리의 저공비행은 인플레 기대심리가 그만큼 작다는 것을 보여주고 결국 금리 인상에 제동이 걸릴 것이란 분석도 있다. 금융시장이 낮은 인플레율과 적정 수준의 경제성장을 전망하고 있는 만큼,FRB가 시장과 괴리된 인상을 강행하지는 않을 것이란 얘기다. 달러 강세도 금리인상 기조를 변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달러 강세는 외국자본의 미국 내 유입을 촉진시켜 경상적자 문제를 어느 정도 완화해주고 금리 인상의 필요성도 반감시키는 효과를 낳는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