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고교에서 현직 교사들이 시험문제를 빼돌려 특정 학생에게 알려주거나 자기 자식을 위장전입시키고 학부모들로부터 금품을 걷는 등 `백화점식' 비리가 자행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 K고 교사들의 비리를 수사해온 방배경찰서는 1일 2003년부터 자신이 담당한 과목의 시험문제를 유출, 특정 학생에게 알려준 혐의(업무방해 등)로 이 학교 수학교사 이모(59)씨 등 교사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또 자기 자식을 위장전입시키고 학생회장 선거에 개입해 압력을 행사하는 한편 학부모회에서 금품을 걷어온 이 학교 학년부장 고모(53)씨 등 교사 7명을 배임수재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이와 함께 자신의 아들을 학생회장에 당선시키기 위해 다른 학부모들에게 향응을 제공한 박모(43ㆍ여)씨를 배임증재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이 학교 국어교사의 알선으로 학생들을 모아 과외를 하다 수사가 시작되자 달아난 이모(58)씨를 수배했다. 경찰에 따르면 수학교사 이씨는 지난해 1학기 기말고사를 앞두고 특정 학생에게 문제를 찍어주는 방법으로 문제를 유출한 혐의를, 국어교사 이모(62)씨는 2003년 1학기 중간고사를 앞두고 국어시험지 원안을 복사해 빼돌린 혐의를 각각 받고 있다. 특히 국어교사 이씨는 2003년 학생 3명에게 영어ㆍ과학 과목의 과외를 알선하고, 과외선생 이모(58)씨에게 1인당 40만원씩 받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음악교사 이씨는 2003년부터 2년간 학부모 4명에게 음악회 입장권 40장(80만원 상당)을 팔고 학생의 실기점수를 올려주고, 수행평가를 명목으로 1학년 학생 400여명에게 무료 초대권을 8천원씩 받고 판 혐의를 받고 있다. 또 1학년 학년부장 고모(53) 교사 등 5명은 2003년부터 학부모회 운영비 명목으로 4천여만원을 모금해 각종 명목으로 23차례에 걸쳐 3천600만원 상당의 금품 및 향응을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학교 노모(55) 교사 등 2명은 학생회장 경력이 대학 수시전형에서 가산점이 된다는 점을 이용, 지난해 6월 학생회장 선거를 앞두고 특정 학생이 당선되도록 타 후보 학생의 공약에 문제제기를 하고 입후보를 방해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조사 결과, 이들 교사는 각자 개별적으로 학부모와 접촉하면서 금품을 받는 대가로 시험문제를 유출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어교사 이씨가 학생들에게 알선한 과외선생 이씨는 2003년 2학기 중간고사를 앞두고 학생들에게 예상문제를 찍어줬으며 실제 중간고사에서 19문제 중 15문제가 똑같이 출제됐던 것으로 밝혀져 출제경위에 의구심을 갖게 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그동안 학교 내신비리는 시험지 유출 등이었지만 이번 사건은 교사들의 비리가 거미줄처럼 서로 얽혀있는 것이 특징"이라며 "앞으로 추가 수사를 통해 또 다른 시험문제 유출 여부 등을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국어교사의 알선으로 과외를 하다 수사가 시작되자 달아난 과외선생 이씨가 이 학교 내신성적 조작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을 것으로 보고 이씨를 쫓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병조 기자 cimin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