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3 00:56
수정2006.04.03 00:58
세계 의류 바이어들이 대거 중국으로 몰려가 의류를 사재기하고 있다. 중국이 미국과 유럽의 수입규제를 의식,통상마찰을 피하기 위해 다음달부터 수출관세를 인상하겠다고 발표하자 의류가격 인상을 예상한 바이어들이 물량 확보에 나서고 있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은 영국의 막스&스펜서,미국의 워나코 등 75개 의류 소매 업체 구매 담당자들이 지난 22일 중국에 단체로 입국해 섬유 제품을 사재기하고 있다고 27일 보도했다.
미국 의류신발협회 부회장은 "바이어들은 보통 혼자 다니며 무리를 지어도 15~20명이 고작"이라며 "이번처럼 대규모로 단체 구매에 나서는 것은 처음있는 일"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구매 열기는 수입 쿼터제 부활과 관세 인상에도 불구하고 중국산 섬유제품의 세계시장 장악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중국산 의류는 기술력이 경쟁국인 베트남을 앞서고 있는 데다 건당 평균 0.2위안인 수출관세가 다음달부터 평균 1위안(120원)으로 인상돼 부과되더라도 저임금으로 가격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은 이 때문에 중국산 섬유의 세계 시장점유율이 2년 안에 두 배 이상 늘어 60~80%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고 전했다.
한편 미국 블룸버그는 미국의 섬유 제조업이 중국과 동남아 개발도상국에 밀려 이미 사양길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중국산 섬유 수입을 제한하는 것은 무의미한 조치라고 분석했다.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앤디 무커지는 "올 1분기 미국 섬유제조업에서 1만7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진 것이 섬유산업의 사양추세를 보여준다"며 "중국산 바지의 수입을 막아도 미국에서 일자리가 창출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