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26일 `국정원 과거사 진실규명위'가 과거사 규명의 첫 작업으로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 피살사건에 대한 중간조사결과를 발표한 것과 관련,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열린우리당은 "완벽한 실체는 규명되지 않았으나 뜻깊은 진전"이라며 역사적 의미를 부여한 반면, 한나라당은 "과거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오해를 받을 소지가 크다"며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우리당은 특히 한나라당이 이번 조사결과에 대해 `정치적 색채'를 씌우려는 시도를 적극 경계했다. 오영식(吳泳食) 공보담당 원내부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사실관계나 진실이 밝혀지지 않아 각종 소문과 억측이 분분했던 과거 사건에 대해 가해자 스스로 사실 관계를 규명했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며 "이번 조사결과가 사실관계를 완벽히 밝히지는 못했으나 의혹을 어느 정도 규명한 것은 큰 성과"라고 말했다. 오 부대표는 한나라당에 대해 "이번 조사결과에 대해 `정치적 이용' 주장을 하는 것은 진실에 당당하지 못한 태도이며, 이를 특정 시대 특정인에 연결시켜 정략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과거사 진상규명이 갖는 의미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과거사청산 국회의원모임 대표인 강창일 의원은 "제주4.3사건이나 광주민주화운동 등은 가해자의 비협조로 인해 진실이 제대로 밝혀지지 못했다"며 "그러나 이번 조사는 참여정부 집권 이후 가해자인 정부가 스스로 과거사 규명 의지를 가져 진실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그는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의 암살 지시 여부와 개입 정도가 규명되지 않는데 대해선 "당시 최고 통치권자들에 대한 정보가 너무 숨겨져있다"며 "박 전 대통령이 암살 사실을 몰랐을 리 없는 만큼 모든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한나라당을 겨냥, "진실을 밝히는 작업을 정치적으로 악용한다고 해석한다면 도둑이 제발 저린 격"이라고 주장했다. 전병헌(田炳憲) 대변인은 구두 논평을 통해 "사실과 진실을 그대로 밝히는 것은 어떤 형식이나 단위에서도 바람직한 일이며, 진실을 밝히는 것을 두려워하는 자세야말로 가장 부끄러운 모습"이라고 말했다. 김현미(金賢美) 의원은 "과거 가해자인 정부 기관이 과오에 대한 자기 고백을 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아직 사건의 실체가 완전히 드러나는데 한계가 있었던 만큼 새로 제정된 과거사법에 의해 더욱 철저한 조사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한나라당은 "확정된 사실만 발표하도록 돼있는 과거사법을 어긴 것"이라며 여권이 과거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박근혜(朴槿惠) 대표의 선친인 박 전 대통령이 언급된 것과 관련, 최근 각종 의혹사건으로 수세에 몰린 여권이 국면전환을 위해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한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무성(金武星) 사무총장은 "확정된 사실만을 공표할 수 있게 한 과거사법을 위반하면서까지 현 시점에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했는지 모르겠다"며 "(여권의 국면전환용이라는) 정치적 오해를 일으킬 소지가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임태희(任太熙) 원내수석부대표는 "최근 과거사법이 국회를 통과, 과거 의혹사건들을 종합적으로 규명.평가할 수 있는 제도와 법적 장치가 마련된 만큼 법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임 수석부대표는 이번 조사결과 발표가 유전의혹과 행담도 의혹 등을 덮기 위한 국면전환용이라는 의혹을 제기하며 "현 정권이 이슈를 이슈로 덮는다면 전형적인 정치공작이고, 역사의 심판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과거사법 입안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유기준(兪奇濬) 의원은 브리핑을 통해 "국정원의 과거사 조사 및 발표는 국회가 제정한 과거사법에 정면으로 반하는 국회 권한에 대한 중대한 침해"라며 "만일 국정원이 계속해 초법적인 과거사조사를 하는 경우 피의사실공표나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승우기자 leslie@yna.co.kr sou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