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이 공시 업무에 미숙한 기업들을 유형별로 '나폴레옹형''제5공화국형''제비형' 등으로 빗대어 표현해 화제다. 윤 금감위원장은 26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상장회사협의회 초청강연에서 "공시업무에 미숙하거나 자주 지적받는 업체들을 유형별로 구분해 보면 제비형 제5공화국형 나폴레옹형 등으로 나뉜다는 이야기를 실무자들한테서 들었다"며 조목조목 사례를 열거했다. 윤 위원장에 따르면 제비형은 가수 김건모씨의 노래 '제비'에 나오는 첫머리 가사를 따서 "도대체 공시가 뭔데 왜 나를 울리는 거야"라며 푸념하는 업체. 공시 규정을 지키지 못해 제재를 받은 후 원망을 늘어놓는 사후원망형이랄 수 있다. 제5공화국형은 12·12 군사 쿠데타를 빗대어 "모든 역사는 밤에 이뤄진다"고 주장하는 이른바 '올빼미 공시' 업체를 의미한다. 중요한 일은 군사작전처럼 야간에 몰래 공시해 버리는 경우를 꼬집은 것. 나폴레옹형은 의무공시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버티기로 일관하는 회사를 말한 것. "내 사전에 공시는 없다"는 신념으로 무장한 회사들인 셈이다. 윤 위원장의 이 같은 언급은 상장기업들이 증권집단소송에 노출돼 있고 대부분 공시나 회계와 관련한 소송이 될 가능성이 크지만 이에 대한 대비 부족을 우회적으로 지적한 것이다. 윤 위원장은 "미국의 경우 증권집단소송의 80% 이상이 사업보고서 부실 기재 등 공시와 관련된 사안"이라며 "집단소송 우선 적용대상법인 81개사 가운데 최근 5년간 공시서류의 허위 또는 부실기재와 관련하여 제재를 받은 회사가 18개로 전체의 22%나 됐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공시 사항과 관련된 기업의 중요한 정보를 집중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하고 '공시관련 내부관리시스템에 대한 모범규준'을 보급할 예정이다. 그는 또 "지체 없이 공시해야 하는 수시공시 항목이 230여개에 달해 기업들이 부담을 느낀다는 지적도 있어 항목을 대폭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