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주권을 요구하는 시위로 정국혼란을 겪고 있는 볼리비아에서 곧 쿠데타가 일어날지 모른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다. 25일 브라질 언론 보도에 따르면 에너지 주권과 일부 지역의 자치권 부여를 주장하는 시위대가 밀려들면서 수도 라 파스가 마비상태에 빠진 가운데 반정부 쿠데타가 일어날 것이라는 소문까지 돌기 시작, 볼리비아 정부를 긴장시키고 있다. 이와 관련, 사울 라라 볼리비아 내무장관은 전날 "군병력을 불순한 의도로 움직이려는 세력이 있다"고 말해 쿠데타 모의설을 뒷받침했다. 1만여명으로 불어난 시위대는 이날 정부 청사와 의회가 위치한 라 파스 시내 무릴로 광장으로 진입하려다 최루탄을 쏘며 제지하는 경찰과 대치를 벌였으며 곳곳에 불을 지르고 사제폭탄을 터뜨리는 등 과격양상을 더해가고 있다.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로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라라 장관은 "시위 규모가 점차 통제불능의 상황으로 접어들고 있다"고 밝히는 등 한계수위를 넘고 있음을 인정했다. 이에 앞서 볼리비아 정부는 전날 이번 시위사태의 배후에 정권 전복을 노리는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고 보고 군과 경찰에 비상경계령을 내린 상태다. 라 파스에서 가까운 엘 알토 시에서는 이미 전날부터 시한부 파업이 시작됐으며 라 파스와 인근 도시를 연결하는 도로를 점거한 채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엘 알토 시의원 1명이 과격시위를 주동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는 일도 벌어졌다. 시위대를 이끌고 있는 토착민 출신의 에보 모랄레스는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볼리비아는 이미 권력공백 상태에 들어갔다. 카를로스 메사 대통령은 야권과 시위군중들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있는 상태에 있지 않다"고 밝혔다. 모랄레스는 "현 정부는 볼리비아에 막대한 손실을 끼치고 있으며 따라서 메사 대통령은 즉각 사임해야 한다"고 말하고 "우리는 메사 대통령의 사임 여부보다 볼리비아의 몰락을 우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시위가 확산되면서 산타 크루스 외에도 타리자, 베니, 판도 등 지역이 자치권 부여 요구에 합세해 볼리비아 정부를 더욱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고 브라질 언론은 전했다. 이들 4개 지역 대표들은 전날 베니 지역의 트리니다드 시에서 회동을 갖고 "현재의 의회가 해체되고 제헌의회가 구성돼 자치권을 부여하는 구체적인 일정이 마련될 때까지 공동보조를 취한다"는데 합의했다. 이는 사실상 메사 대통령을 포함한 현 정부를 부정하고 외부의 힘에 의한 정권교체를 염두에 둔 것으로 받아들여져 쿠데타 모의설과 관련돼 있을지 모른다고 브라질 언론은 덧붙였다. 볼리비아 정부는 이같은 자치권 요구에 대해 "이는 정권 자체를 흔들려는 의도가 개입된 것이며, 이들 4개 지역에 자치권을 부여할 경우 다른 지역에서도 같은 요구가 봇물터지듯 제기돼 결국 국정 운영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말해 거부의사를 밝혔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통신원 fidelis21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