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國技)' 태권도가 올림픽 종목 사수를 관철하기 위해 숨가쁜 외교전에 돌입했다. 오는 7월6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태권도의 2012년 하계올림픽 유지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까지는 정식 종목으로 채택돼 있지만 만일 2012년 올림픽 종목에서 빠지게 되면 다시 돌아올 날을 기약하기 힘든 상황에 봉착, 태권도의 세계적 위상이 심대한 타격을 받게 된다. 이번 총회에서는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이 공언한대로 28개 전 종목을 투표에 부쳐 퇴출 여부를 묻는 방식을 채택해 태권도로서는 부담이 크지 않을 수 없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이미 3-4개 종목의 퇴출이 거론되는 대상에서 퇴출 후보군에 아예 포함되지 않는 게 최선이지만 IOC 집행위원회의 최근 분위기와 지난 연말 전 종목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점 등에 비춰보면 '시험대'에 오르지 않고 총회를 무사 통과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따라서 세계태권도연맹(WTF) 지도부는 한결같인 '직(職)을 걸고' 사수에 나서겠다며 비장한 각오로 출사표를 던졌다. 내부적으로는 상당한 위기감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조정원 WTF 총재는 오는 29일 이탈리아행 비행기에 올라 외교전을 시작한다. 이후 일정은 이탈리아 2박, 벨기에 1박, 스위스 2-3박, 프랑스 순이다. 접촉 목표는 투표권을 가진 IOC 위원들이 1차 대상이고 이들에게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유럽의 체육계 인사들도 포함된다. 조 총재는 6월3일 스위스 로잔에서 북한 IOC 위원인 장 웅 국제태권도연맹(ITF) 총재와도 지난해 아테네올림픽 이후 처음 회동한다. 태권도가 WTF와 ITF로 분리돼 있다는 사실을 경쟁 종목들이 태권도 퇴출의 명분으로 삼아 공격을 가할 것이 예상되기 때문에 두 총재가 만나 논란의 소지를 먼저 자르겠다는 복안이다. 조 총재와 장 총재의 만남은 로게 위원장이 초청하는 형식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베이징대 객좌교수 출신인 조 총재가 태권도 수장을 맡은 것은 아직 1년 남짓에 불과해 '대면 외교전'에서는 역량 한계를 느낄 수도 있다. 따라서 IOC의 공식 스폰서인 삼성이나 국내 스포츠계의 다른 외교 채널까지 '측면 사격'을 가해줘야 한다는 게 WTF의 바램이다. WTF는 지난 3월 삼성전자와 글로벌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WTF의 한 관계자는 "공식 외교전과 비공식 로비전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홍보전도 가속도를 붙였다. WTF는 내부 개혁 성과물을 모아 IOC 위원들에게 e-뉴스레터를 보내는 작업을 시작했고 가능한 모든 채널을 동원해 태권도의 개혁 의지를 알리는 데 매달리고 있다. 태권도에 위협이 될 만한 경쟁 종목의 공세도 만만찮다. 일본의 가라데는 IOC 뉴스를 다루는 몇몇 매체의 스폰서로 등장하는가 하면 공격적인 로비로 IOC 위원들과의 직접적인 접촉에 들어갔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아테네올림픽에서 재미없고 판정에 문제가 있는 종목으로 오명을 썼던 태권도로서는 6-7월 위기의 계절을 반드시 돌파해야 하는 순간에 직면해 있다. 우리 고유의 스포츠로 올림픽 정식종목까지 오른 태권도가 영구 정식종목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전세계 태권도인은 물론 전국민적인 관심과 성원이 절실하다는 것이 WTF의 호소다. (서울=연합뉴스) 옥 철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