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정부·여당이나 재계의 실력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과거 절대군주적인 천황제로 돌아가서는 결코 안됩니다.지난해 하반기부터 정부여당이 전쟁 포기 등을 담은 헌법 9조를 폐지하려 하는 데다 게이단렌(經團連) 등 재계에서도 이런 움직임에 가세하려는 조짐이 올 들어 분명해지고 있어요.이번에 일본이 헌법을 개정하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가게 됩니다."


'만연원년의 풋볼(万延元年のフットポ-ル)'로 지난 94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일본 작가 오에 겐자부로씨(70·사진)가 23일 오전 세종문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이 밝혔다.


그는 대산문화재단(이사장 신창재)과 한국문화예술진흥원(원장 현기영) 공동 주최로 24일 개막하는 제2회 서울국제문학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일본은 진정한 반성 아래 양국 관계 개선에 힘쓰고 내일을 향해 나아가지 않으면 과거 속박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한 노무현 대통령의 말씀에 크게 감명받았습니다.한국의 그러한 요구에 부응해 지식인의 한 사람으로서 그 뜻을 전하고자 이번 포럼에 참석했습니다."


오에씨는 "일본은 자위대,군비예산,이라크 파병 등을 통해 사실상 헌법 9조를 지키지 않고 있다"면서 일본의 평화헌법 개정을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이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가 되면 지난 50년간의 내 삶과 문학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헌법 9조 모임'을 결성해 지방을 돌며 강연하고 있는 그는 "그동안 2만5000명이 강연에 참석했고,오는 7월에는 1만명이 참가할 수 있는 강연회 장소를 빌려 놓았다"며 관심을 호소했다.


서울국제문학포럼에서 강연에 이어 공개토론을 벌일 예정인 그는 "일본 도쿄에서는 지난 10여년간 세계적 문학포럼이나 문학회의가 열리지 않았다"면서 "이번 포럼은 훌륭한 분이 많이 참여해 세계적이고 문학적 수준이 높은 회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장편소설 '안녕 나의 책이여'를 집필 중"이라며 "소설가로서 마지막 시기에 온 것이 아닌가 하는 마음 상태에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오에씨는 27일 서울국제문학포럼 참가 작가들과 판문점을 방문할 예정이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