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3 00:41
수정2006.04.03 00:42
◆조울증 분별법 = 조울증은 의학용어로 '양극성 정동(靜動?기분) 장애'다. 반면 흔히 얘기하는 우울증은 '단극성 우울증'으로 주로 우울한 증상만 보인다.
늘 기분이 착 가라앉아 있고 이불을 뒤집어쓰며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는게 우울증이라면 평소 공격적으로 생활하는가 싶으면서도 갑자기 결석 결근을 하는게 조울증이다.
또 의욕이 넘칠 때에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정력적인 활동을 하고 기고만장하거나 충동구매하는 면모를 보이는가 하면 어떤 날엔 자신을 무시하는 사람에게 극도의 분노 좌절감을 느끼고 자살시도까지 하는게 조울증이다.
조울증은 대뇌 피질주변에 해마와 편도 등 희노애락과 성욕 식욕 사회적욕구 등을 관장하는 신경계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도파민 등의 분비량 균형이 깨질 때 나타난다. 반면 우울증은 이런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량이 대체로 적은 데에서 기인하는 질병이다. 조울증은 또 우울증에 비해 유전적 요인이 강하다.
하규섭 서울대 분당병원 정신과 교수는 "조울증은 여러번 우울증상을 보이다가 한번씩 조증을 보이는 일반 조울증과 수십번 우울증상을 반복하다가 한번쯤 조증을 보이는 경증 조울증으로 나뉜다"며 "상당수 경증 조울증이 우울증으로 오진되고 있으며, 우울증 환자를 1년 이상 관찰해보면 30% 이상은 조울증으로 재분류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이어 "왕성한 활동을 보이던 유명스타의 갑작스런 잠적과 자살, 여성들에게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중증 계절성 우울증이나 생리 전 증후군, 주의산만해 학업성적이 오르지 못하는 어린이의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등도 상당수는 조울증일 가능성이 있다"며 "조울증 환자는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비율이 10∼15%로 우울증 환자보다도 높고 자살을 시도할 때도 고층낙하 등 훨씬 극렬하고 충동적인 방법을 쓰므로 정확한 진단과 대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치료는 어떻게= 뇌 내 신경전달물질이 조화롭게 작동하도록 돕는 '기분조절제'가 치료의 주종이 된다. 가장 흔히 쓰는 리튬은 신경세포의 활성도를 높여주는 약물로 환자의 70%에서 좋은 효과를 보이고 20%는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이것으로 치료가 안될 때에는 카바마제핀 또는 발프로에이트와 같이 뇌신경 세포막을 안정화시키는 약물이나 리스페리돈이나 올란자핀과 같은 정신분열증 치료제 중 조울증에 효과를 내는 약물을 사용한다. 조울증 발견 초기에 우울증이 극심한 경우에는 플루옥세틴 파록세틴과 같이 세로토닌의 분비량과 활성도를 높여주는 우울증 치료제를 병용하기도 한다.
정신상담치료는 조울증으로 사회생활에 미칠 악영향과 자살 등 극단적인 사고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실시된다.
민경준 중앙대 용산병원 정신과 교수는 "환자의 90% 이상에서 재발되고 재발될 경우 증세가 더 자주 심하게 나타나는 양상을 보인다"며 "지속적인 약물치료로 예방을 겸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