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화가 중 이중섭과 김환기는 유화뿐 아니라 드로잉에도 탁월했던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들은 많은 드로잉 작품을 남겼지만 드로잉이 습작 수준을 넘어 예술의 경지에까지 이르렀다는 점에서 주목받아 왔다. 이중섭(1916~1956)은 40년의 짧은 생애 동안 재료와 기법에 구애받지 않고 수많은 드로잉 작품들을 남겼다.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열리고 있는 '이중섭 드로잉'전은 이 화백의 엽서화 은지화 연필소묘 등도 드로잉에 포함시켜 관련 작품들을 집중적으로 살펴보는 자리다. 외부에서 대여해온 30여점을 포함해 모두 100여점이 출품됐다. 이 화백은 1940년대 초반 연인 야마모토 마사코(한국명 이남덕)에게 보낸 엽서를 뛰어난 예술적 형식으로 승화시켰는가 하면,전쟁의 참화가 가져다준 가난 속에서 담뱃갑 속종이로 독자적인 은지화 세계를 구축했다. 이준 삼성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은 "이 화백의 드로잉 작품 세계는 '선묘의 미학'으로 요약된다"며 "밑그림을 수없이 그린 후 마지막 단계에서 일획으로 작업을 완결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그의 작품에서는 '골법용필(骨法用筆)'과 '기운생동(氣運生動)'의 선묘적 특성을 발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미술관은 이중섭 작품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곳이다. 이 화백의 조카인 영진씨가 1979년 4월 미도파화랑에서 유족으로부터 가져온 엽서그림 은지화 등 당시 공개했던 200여점 중 180여점을 구입했고 이후에도 추가로 사들여 현재 이중섭 소장품은 200여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8월28일까지.월요일 휴관.(02)2014-6901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