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나는 아빠를 웃게 하고 싶었다. 얼마나 아픈지 그래서 또 얼마나 슬픈지 말도 할 수 없게 된 우리 아빠. 내가 만날 아빠한테 뽀뽀하고 침대에 누워 있는 아빠한테 안기고 그러는 건… 1초,1분이라도 더. 그렇게 아빠 웃는 걸 보면 나도 기분이 좋아지니까.'


경북 영양여고 2학년 신원미 양. 외환위기 상황이던 초등학교 4학년 때 아빠가 루게릭 병에 걸려 드러누운 뒤 7년간 웃음 보따리로 행복을 선사하고 있는 열일곱 소녀. 발가락을 제외한 온몸이 굳어 말도 못하는 아빠를 보살피면서 원미가 깨달은 것은 단 한가지,아빠는 사랑을 주고 또 받아야 할 대상이지 돈 벌어오는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주변의 추천으로 지난해 심청 효행상 대상까지 받은 원미는 때로 즐겁고 때로는 주변의 칭찬에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아빠 곁에만 서면 언제나 씩씩한 '캔디'가 된다.


원미의 수채화 같은 이야기를 담은 책 '아빠는 꽃보다 아름답다'(조은미 지음,명진출판)는 부자 아빠와 가난한 아빠라는 이중 잣대의 그늘 속에서 진정한 아빠의 자리가 무엇인지를 일깨워 준다. '큰 재산을 물려줄 수 없지만 병마와 싸우는 의지를 보여주는 아빠'와 늘 환한 엄마의 사랑을 씨줄과 날줄 삼아 한땀씩 삶의 비단을 짜는 원미의 모습이 눈물겹고 아름답다. "사랑할 시간은 짧고 이 세상에 아빠는 단 한 분뿐입니다."


황우석 교수가 루게릭병 정복에 나섰다는 소식이 전해진 요즘 '아빠 손을 잡고 예식장에 들어가는 날을 기다리는' 원미의 꿈은 더 강하고 푸르다. 272쪽,9500원.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