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재원 조달 계획이나 사업 타당성 검증이 뒷받침되지 않은 의원입법안을 쏟아내고 있다. 각기 수천억,수조원의 예산이 필요한데 마땅히 재원을 조달할 길도 없는 법안들이 허다하다. 이처럼 재정을 감안하지 않은 '선심성 입법'은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오는 만큼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9일 기획예산처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현재 국회에 올라와 있는 복지 교육 중심의 의원입법안 가운데 상당 규모의 재정 부담을 수반한 법안이 26개에 달했다. 이들 법안이 모두 원안대로 통과될 경우 정부 재정에서 추가로 약 21조원을 쏟아부어야 할 전망이다. 예컨대 학교급식센터를 운영하도록 한 학교급식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5년간 8조원 이상을 투입해야 한다. 대학 교부금을 정부에서 지원토록 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안도 5조~7조원이 필요하다. 또 내년부터 5년간 사립학교 시설환경을 개선하는 내용의 특수교육환경개선특별회계법도 3조원가량의 예산 부담을 수반한다. 예산처 관계자는 "사업 필요성에는 공감이 가는 부분도 있지만 막대한 재원을 조달할 대책이 없는 법안이 정부와의 협의 없이 추진되는 일이 많다"며 "예산은 한정돼 있는데 재정 부담이 늘어나면 결국 세금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예산처는 사업 타당성이나 구체적인 재원 조달 계획 없이 법령이 제·개정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범정부 차원에서 대응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그동안 예산처가 의원입법 동향을 모니터링하던 것을 앞으로는 관련 부처들이 소관 상임위별로 점검하도록 할 방침이다. 또 국무조정실 정부 업무평가 때 부처별 의원입법 대응 실적을 반영하는 한편 하반기 중 예산처 내에 전문 법무팀을 신설해 법적 대응 체계도 강화하기로 했다. 이와 별도로 각 부처가 예산 지출이 필요한 법안을 마련할 때도 예산처와 미리 협의,정부 내 입장을 정리하도록 할 계획이다. 관계자는 "구체적인 재정 추계 없는 유사 법안들이 무분별하게 난립하기도 한다"며 "그동안은 예산처를 중심으로 법안이 제출된 뒤 대응해왔지만 앞으로는 각 부처가 모니터링해 입법 움직임이 있을 때 해당 의원이나 정당과 충분히 협의해 정부 입장을 설명하고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