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명이 경쟁력이다] 원천기술 특허 황금알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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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순이익 10조 7천억원을 달성,국내 기업으로는 최초로 ‘순이익 100억달러클럽’에 가입한 삼성전자.삼성은 그러나 지난해 특허료로 국내외 기업에 1조3천억원을 지불했다.
전체 순이익의 11.8%에 달하는 규모다.
2010년에는 특허료 지급액이 2조5천억원에 불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액정표시장치(LCD),코드분할 다중접속(CDMA) 휴대폰 분야에서 세계1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전자가 이렇게 거액의 특허료를 물고 있는 것은 바로 원천기술에 대한 특허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기술경쟁이 치열해지면서 21세기는 특허가 곧 경쟁력인 시대로 통하고 있다.
특허를 가진 자가 세계 경제를 지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전자는 CDMA 단말기 1대를 팔때마다 CDMA 원천기술을 가진 퀄컴에 대략 5%대의 로열티를 지급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퀄컴에 지불한 CDMA단말기 기술료만 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퀄컴은 CDMA 등 특허료 수입으로 영업이익의 50% 이상을 챙기고 있다.
특허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선진국 기업들은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투자,특허 획득에 온힘을 쏟고 있다.
한국이 특허경쟁력 확보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다.
◆ 특허기술 부족으로 기술무역수지적자 매년 증가
국내기업은 아직까지 반도체 등 일부 분야를 제외하고는 선진 외국기업에 비해 특허경쟁력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2003년 미국 테크놀로지 리뷰사가 뽑은 특허경쟁력 10대 기업에는 삼성전자 만이 반도체와 전자부문에 포함되었을 뿐 통신 자동차 컴퓨터 바이오 항공기 등 업종에선 국내 기업이 전무하다. 이러한 경쟁력 부족은 곧 외화유출로 이어진다.
과학기술부에 따르면 2003년 우리나라 기술무역 수지는 수출 8억1600만달러, 수입은 32억3600만달러로 24억200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정보통신기술 부문의 무역적자 규모는 9억100만달러로 전체 기술무역 적자의 37.2%를 차지해 정보통신강국의 위상을 무색케 했다.
기술무역수지적자가 벌어지는 한편 외국 기업들의 특허공세는 한층 강화되고 있다. 특히 국내기업들의 기술력이 급신장한 전자·정보통신분야에서는 일본 등 선진국 기업의 파상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크게 부각됐던 삼성SDI와 후지쓰와의 PDP분쟁,LG전자와 일본 마쓰시타와의 PDP 분쟁,하이닉스와 도시바와의 메모리 반도체 분쟁 등이 그 대표적 사례다.
◆특허분쟁, 정부차원의 문제로
특허분쟁은 단순히 기업과 기업사이의 문제에서 한걸음 더나아가 정부차원의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일본 세관에서 지난해 4월 후지쓰의 신청을 받아들여 삼성SDI의 PDP에 대해 통관보류조치를 낸 것은 자국기업을 위해 일본정부가 발벗고 나선 증거로 해석되고 있다. 당시 일본 세관은 후지쓰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지 2주일 밖에 되지않고 법원에서 막 심사가 시작된 단계에서 전격적인 통관보류조치를 취해 논란을 일으켰다.
선진국 기업들의 특허공세는 중소기업에도 예외가 아니다. 반도체 검사장치업체인 파이컴은 지난해 3월 미국 폼팩터사로부터 차세대 반도체 프로브카드인 멤스카드(MEMS CARD) 특허침해혐의로 제소당했다. 파이컴이 2003년 8월 폼팩터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멤스카드를 개발하자 폼팩터가 견제에 나선 것이다.
특허분쟁은 비단 첨단기술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미국 인라인스케이트 생산업체인 K2코퍼레이션은 랜드웨이 비바스포츠 스포츠킹카 등 국내 14개 업체가 고정형 소프트 부츠에 대한 기술을 도용했다며 지난 해 4월 상품전량 폐기와 손해 배상을 요구했다.
◆'특허분쟁 예보시스템' 도입 추진
갈수록 거세지는 선진국의 특허공세에 맞서기 위해서는 범정부차원에서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지난 2002년 '지식재산기본법'을 발효시키면서 총리 직속의 '지식재산전략본부'를 가동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국제 특허분쟁을 총괄하는 조직은 없는 실정이다.
특허청은 이에 따라 최근 특허관련 동향 및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기업에 미래의 특허분쟁 가능성을 미리 알려주는 '특허분쟁 예보시스템'을 도입키로 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특허청과 문화관광부 등에서 분산 관리하고 있는 국내 지식재산권 업무를 특허청으로 모으고, 특허청을 장관급 부처로 승격시켜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기업들도 체계적인 특허전략을 마련해야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대기업의 경우 삼성전자가 특허전담부서에서 변리사 등 250여명의 전담인력을 운용하는 등 특허분쟁에 대한 대비를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삼성전자는 오는 2010년까지 특허전담 인력을 450명으로 늘리기로 하고 최근 인력확충에 나섰다.
그러나 중소기업은 아직까지 특허분쟁에 대해 무방비인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해 지식재산권연구센터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기업규모 300명 이하 중소기업의 82.4%가 특허전담부서를 운영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장원 하나국제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는 "특허전담부서를 통해 수시로 외국기업의 지식재산권 동향을 파악해야 특허분쟁을 막을 수 있다"며 "국제 특허분쟁을 총괄하는 조직을 특허청에 설치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