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 가치가 엔화 및 유로화에 대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미국경제의 '소프트패치'(경기회복 중 일시적 둔화) 논란에도 불구,일본과 유럽경제가 상대적으로 더 부진해 달러가치가 연일 치솟고 있다.


특히 이달 들어 고용.소매판매 등 미국의 주요 거시지표들이 예상보다 호전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국제외환시장에서는 조만간 엔.달러 환율이 110엔대,달러·유로 환율은 1.24달러를 넘볼 것이란 전망까지 제기되고 있다.


○치솟는 달러화


지난 주말(13일) 뉴욕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달러당 0.58엔(0.54%) 상승한 107.36엔에 마감됐다. 달러가치가 107엔선을 회복한 것은 지난 4월 18일(107.50 )이후 처음이다. 이로써 엔화 대비 달러가치는 이달들어서만 2.2%,지난해말에 비해서는 4.7%로 올랐다.


이와 관련,블룸버그통신은 "헤지펀드들이 상품시장에서 이탈해 달러 매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관측이 확산되며 달러화가 강세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통신은 "달러가치가 조만간 110엔선을 돌파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유로화 대비 달러가치 상승세는 더 가파르다. 지난 주말 유로 대비 달러가치는 전일보다 0.0073달러(0.58%) 급등한 유로당 1.2622달러에 마감,지난해 10월22일(1.2682달러) 이후 처음으로 1.26달러선을 회복했다. 올들어 상승률은 7.2%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유로 대비 달러가치가 1.24달러까지 급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 경기지표 잇따른 호전


전문가들은 달러가치 강세를 구조적인 현상으로 진단하고 있다. 유럽과 일본의 경제가 상대적으로 미국보다 더 부진한 흐름을 보이면서 유로 및 엔화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지난 1분기 경제성장률은 3.1%(작년 4분기 3.8%)로 크게 둔화됐지만 유로존(유로화 사용 12개 국가)은 같은 기간 성장률이 0.5%에 그쳤다. 일본도 기업들의 경기판단을 나타내는 대표지표인 단칸지수가 지난해 4분기 22에서 올 1분기에 14로 급락하고,국제통화기금(IMF)이 올 경제성장률이 0.8%로 지난해보다 크게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는 등 경제상황이 유럽과 유사하다.


또 미국은 이달 들어 발표된 고용,무역수지,소매판매 등이 예상보다 일제히 호조세를 보이면서 소프트패치 탈출시기가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고개들 들고 있다.


미국의 지속적인 금리인상으로 유로존 및 일본과의 금리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것도 달러가치를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미국의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는 지난해 6월 이후 1.75%포인트 인상돼 2.75%로 높아졌지만 유로존의 기준금리는 2003년 6월 이후 2%를 유지해 오고 있다.


일본은행도 4년 이상 지속되온 제로금리를 올해까지는 그대로 유지한다는 입장이어서 미국과의 금리차는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