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팔판동 갤러리인에서 3년 만에 개인전을 갖는 서양화가 하상림씨(44)는 90년대 후반부터 꽃 이미지를 선보여 왔다. 화려한 색과 선묘의 조화가 어울리는 그의 '무제' 시리즈는 화면의 조형적 질서와 구성의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하씨는 홍익대와 독일 쾰른미술대학원에서 회화를 전공했다. 작가는 가장 중요한 모티브인 꽃 이미지를 재현하기보다는 꽃의 형태와 색채의 순수성을 탐구하는 데 주력한다. 캔버스에 테이프를 붙여가며 만든 꽃 이미지는 형태가 단순하고 외곽선이 간결하면서도 부조적인 느낌을 준다. 때문에 작가가 보여주는 꽃의 형태는 그리는 게 아니라 화면에 '새기는 것'이 적절한 표현인 것 같다. 하씨는 가장 아름다운 순간의 꽃이 아닌,다 말라버려 퇴색한 꽃을 보여주면서 꽃을 통해 생명과 죽음의 의미를 스스로 되묻고 있다. 미술평론가 이주헌씨는 작가가 추구하는 꽃 이미지는 "아름다움이 아닌 자유를 의미하는 꽃"이라고 규정한다. 27일까지. (02)732-46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