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하락을 막아라.' 국내외 경기부진과 북핵문제,헤지펀드 사태 등으로 증시 불안이 가중되면서 기업들의 주가 방어에 비상이 걸렸다. 자사주 취득에 나서거나 자사주펀드를 새로 설립하는 것은 물론 기존에 운용중인 자사주펀드의 만기를 연장하는 기업들도 부쩍 늘고 있다. 연초 급등했던 주가가 최근 약세로 고점 대비 20~30% 가량 급락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기업들이 주가 지키기에 팔을 걷어부친 것이다. ◆자사주 취득 잇달아 1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기업들이 주가 방어를 위해 활용하는 자사주 취득이 이달 들어 급증하고 있다. 거래소 기업인 CJ가 대표적이다. CJ는 최근 471억원을 들여 자사주 70만주(지분율 2.9%)를 장내매입키로 했다. CJ는 이미 약 100만주(3.4%)의 자사주를 사내에 보유하고 있지만 지난 3월 초 8만원까지 치솟았던 주가가 이달 초 6만5000원대까지 밀리면서 서둘러 추가 매입에 나선 것. 자사주 취득에 힘입어 현재 CJ 주가는 7만원대를 회복한 상태다. 이달 들어 CJ처럼 자사주 취득을 하겠다고 나선 기업은 한미약품 에이디피엔지니어링 이엠엘에스아이 동일기연 등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을 합쳐 모두 8개사에 달한다. 이는 지난 4월 한달간 자사주 취득기업수(9개사)와 맞먹는 것이다. ◆자사주펀드 연장과 중간배당도 자사주펀드의 만기를 3개월~1년간 연장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현대오토넷은 이날 자사주펀드 운용시한을 당초 이달 말에서 내년 말로 1년간 연장한다고 공시했다. 지난달 4000원에 육박했던 주가가 이달 들어 3200원대로 고꾸라진데다 최근 미국계 오펜하이머펀드마저 보유지분을 2%가량 처분하고 나선 데 따른 대응책이다. 현대오토넷 관계자는 "이번에 만기 연장된 자사주펀드에는 2.9%의 자사주가 들어 있다"며 "만기 연장이 주가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거래소기업인 풍산 삼화페인트 동방아그로 한국단자공업,코스닥기업인 오리콤 퓨쳐시스템 잉크테크 등 이달 들어서만 30여개사가 자사주펀드의 해지를 미뤘다. 특히 풍산은 이번에 만기연장한 자사주펀드를 포함해 자사주펀드를 모두 4개나 굴리고 있다. 또 동국산업은 지난 3월에 10억원짜리 자사주펀드를 만든 데 이어 4월과 5월에도 각각 20억원 및 10억원 규모의 자사주펀드를 추가 설정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자사주펀드를 해지할 경우 펀드에 들어 있던 자사주를 모두 팔아야 한다"며 "기업들 입장에선 주가 안정을 위해 만든 자사주펀드가 매물 부담으로 작용하는 '부메랑 효과'는 피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간배당 등을 실시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KT가 최근 기업설명회(IR) 등을 통해 오는 6월말 주주들에게 주당 1000원을 중간배당키로 한 것을 비롯 신흥 금비 미원상사 등이 이미 중간배당을 결정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