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관투자가들이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적립식펀드 열풍 등 장기투자 문화가 확산되고 연·기금의 주식투자 비중이 높아지면서 기관의 증시 영향력이 확대되는 가운데 매매성과도 기관이 외국인을 따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대신증권이 연초 이후 주가 상승기(1월3일~3월4일)와 하락기(3월7일~5월11일)의 투자주체별 상위 5개 순매수 종목의 수익률을 비교 분석한 결과 상승기와 하락기 모두 기관 매수 종목의 수익률이 외국인을 앞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미국의 금리인상,중국 위안화 절상 우려,북핵문제 등 악재로 촉발된 최근 하락기에 기관의 우세가 두드러졌다. 외국인의 순매수 종목은 평균 7.97% 떨어졌지만 기관 순매수 종목은 3.59%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초 상승기에도 기관매수 종목의 상승률은 19.04%로 외국인 매수종목 상승률(15.07%)보다 4%포인트 정도 앞질렀다. 개인 순매수 종목은 상승기(-0.80%)와 하락기(-18.49%) 모두 마이너스 수익률을 낸 것으로 분석됐다. 김용균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 들어 기관은 지수 상승기 때는 경기민감주나 실적호전주를 주로 사고,하락기 때는 경기방어주를 집중 매수하는 운용전략으로 외국인보다 좋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조한욱 한일투신 주식운용본부장은 "올 들어 기관의 수익률이 좋아진 것은 적립식펀드 등을 통해 장기·가치투자 문화가 확산되면서 기관의 증시 영향력이 회복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불과 1~2년 전만 해도 단기투자 문화가 팽배,증시가 좋을 때는 개인투자자 자금이 기관에 몰려들다가도 약세장에서는 썰물처럼 돈이 빠져나가는 경향이 강했다. 이런 상황에서 투신 등 기관도 '본의 아니게' 상투에 주식을 사고 하락장에 매물을 쏟아내 낙폭을 확대시키는 악순환을 되풀이했지만,장기투자 문화 확산으로 이 같은 '청개구리 매매'를 더이상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조 본부장은 "외국인은 세계 경기동향과 자금흐름을 보는 데는 앞서 있지만 중·소형주를 포함한 국내 주식에 대한 분석 능력은 대체로 국내기관이 더 뛰어나다"며 "장기투자 문화가 확산되면 될수록 기관의 영향력도 더욱 확대되고 수익률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