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중소기업을 세계시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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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호 < 중소기업연구원 원장 >
중소기업 문제 해결 없이 한국 경제의 미래가 없다는 데에 우리 사회의 공통인식이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
최근에 와서는 중소기업과의 적절한 협력관계 내지 역할의 분담이 없이는 글로벌 경쟁시장에서 경쟁력을 계속 유지해가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인식을 하는 대기업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중소기업 문제는 바로 한국 경제 문제 그 자체이다.
중소기업 문제는 궁극적으로는 중소기업의 경쟁력 문제로 귀착된다.
우리 중소기업들이 당면한 무수한 현안들, 예컨대 판로의 한계, 금융의 어려움, 대기업과의 문제, 환율 등 대외변수에 대한 적응능력, 인력 확보상의 애로 등 모든 문제를 파고 들어가면 결국 해당 중소기업의 경쟁력 문제에 봉착한다.
우리 중소기업은 국민경제상 높은 비중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취약한 경쟁력 수준에 머물고 있다.
우리 중소기업의 이 같은 취약성이 한국 중소기업의 태생적 한계라고 보고 싶지는 않다.
70년대 이후 국제기능올림픽의 금메달을 휩쓸 정도로 우리의 기능 인력은 우수하다.
한때 우리의 약점이라고 생각했던 일본보다도 더 개인주의적인 특성은 미래에 더욱 심화될 IT 경제 하에서는 오히려 큰 경쟁력 요소가 될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중소기업 경쟁력의 취약성은 태생적 한계라기보다는 바로 중소기업의 사업 환경에 기인하는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우리 경제는 경제개발 과정에서 소수 대기업에 자원을 몰아줘 키우다 보니 비대한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약한 중소기업 구조가 만들어졌다.
자본과 인력이 대기업에 몰리도록 돼있는 여건에서 중소기업의 생존은 대기업에 매일 수밖에 없다.
막강한 노조를 안고 글로벌 시장에서 가혹한 경쟁을 하는 대기업으로서는 이윤을 창조하기 위한 손쉬운 일이 중간재 비용을 최대한 낮추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일부 대기업은 막대한 이윤을 내고 그 이윤으로 우수한 인재와 자본을 몰아가고 있으며, 대부분 중소기업은 박한 이윤에 자본과 인재로부터 소외당하고 있는 현실에서 중소기업의 취약성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해 왔다.
이런 여건에서 그간 정부는 그들에 대해 재정자금을 비롯한 각종 지원책을 강구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공정거래 제도로 대기업과의 관계에서 그들을 보호하는 노력을 해왔다.
그렇지만 각종 지원책이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궁극적인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고 중소기업으로서 대기업에 생사가 매인 터에 불리한 거래를 법적으로 보호하는데도 한계가 있다.
이렇게 볼 때 우리나라에 있어서 중소기업 문제는 영원한 미해결의 과제인 것 같이 보인다.
이제 우리 중소기업의 경쟁력 문제를 구조적인 데서 찾아야 한다고 본다.
경쟁력은 오로지 경쟁적 구조에서만 생기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에 경쟁구조 내지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만이 중소기업의 경쟁력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하는 길이 될 것이다.
그것은 바로 중소기업의 국제화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우리 중소기업들로 하여금 세계시장 환경에 더 많이 접근하도록 촉진하는 동시에, 싫건 좋건 이런 환경에 더욱 더 노출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것은 결과적으로 이미 포화상태에 있는 기존시장(Red Ocean)에서부터 무한한 가능성의 새로운 세계시장(Blue Ocean)으로 눈을 돌리도록 하는 길이기도 하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 중소기업의 경쟁력은 원천적으로 길러질 것이다.
멀고 험난한 길이지만 우리 중소기업의 국제화는 중소기업의 경쟁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당면 과제가 돼야 한다.
한편으로는 이미 피할 수 없는 대세이기도 하다.
최근 대기업을 능가할 정도의 혁신적 중소기업의 출현을 드물지 않게 보는 것은 고무적이다.
이 성공한 중소기업의 대부분은 치열한 국제경쟁 환경 속에서 경쟁력을 키워 왔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우리 중소기업을 세계시장으로 이끌 수 있는 방향에 대한 마스터플랜과 구체적 실행방안에 대해 체계적인 연구를 시작할 때다.
ihkim@kosb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