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가격담합(談合) 등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업체를 압수 수색하는 사법경찰권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은 정말 이해하기 힘들다. 일부 업체들이 공정위의 조사를 방해한데 따른 대응방안 중 하나라고는 하나 그렇다고 이를 빌미로 공정위 조사관들에게 사법경찰관의 지위까지 부여해야 하는 지는 의문이다. 공정위가 발표한 자료에 나타나듯 기업들이 공정위의 조사를 거부하거나 방해한 사례는 98년 이후 지금까지 7년간 6건에 불과하다. 1년에 평균 한 건에도 못미친다는 점에서 어쩌면 이례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사안이다. 물론 정부의 공권력 행사를 방해했다는 점에서 해당 기업을 집중감시대상으로 선정하고 과징금(課徵金)을 가중부과하는 등 여러가지 엄중 처벌 조항을 두겠다는 것도 이해는 할 수 있지만 이 또한 적절한 것인지도 다시 따져볼 일이다. 그런데 그것으로도 부족해 해당 임직원에 대한 형사처벌조항을 공정거래법에 신설하고, 사법경찰권까지 갖겠다는 것은 공정위의 지나친 권한 강화 등 조직이기주의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 공정위는 이미 현장조사권 자료제출요구권 계좌추적권 등 준사법적인 권한을 갖고 있다. 이같은 권한만으로도 필요한 조사를 충분히 할수 있다고 본다. 그럼에도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결정이 법원에서 뒤집히는 패소율이 50%를 웃돈다는 것은 공정위가 업무를 제대로 추진하지 않았다고도 볼 수 있다. 상황이 그런데도 사법경찰권까지 갖겠다는 것은 스스로 노력하지 않고 법률 강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지나친 행정편의주의일 뿐이다. 사법경찰권은 주로 범죄행위를 조사하는데 필요한 것이다. 때문에 공정위가 사법경찰권을 갖는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기업들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취급하겠다는 것에 다름아니다. 만일 기업들의 담합행위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면 수사당국에 고발하거나 협조를 얻어 조사하고, 그 결과에 따라 처벌하면 될 일이다. 구태여 직접 공정위가 수사권한까지 가져야 할 이유도 없을 뿐만 아니라 지나친 권력남용(權力濫用)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현 정부 들어 공정위는 본연의 임무인 공정경쟁의 제고보다는 출자총액제한 등 기업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려는 경향을 보여왔다. 사법경찰권 도입도 그런 차원에서 또 하나의 엄청난 규제 신설에 불과하다.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옥죄려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도 바람직스럽지 않고 또한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