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내 개혁파와 실용파의 대립이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갈등의 도화선은 4?30 재보궐선거 참패의 책임소재를 따지는 과정에서다. 포문은 선거 직후 개혁세력쪽에서 먼저 열었다. "이번 패배는 실용주의 노선 탓"(임종인 의원),"당의 조직과 문화를 바꾸는 것이 혁신의 요체"(유시민 상임중앙위원) 등의 발언이 잇따랐다. 이에 실용파 의원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재보선 참패가 개혁의 중단 때문이란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당내 실용주의 노선을 지향하는 대표적 모임인 '안정적 개혁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안개모)이 선봉에 섰다. 안개모 간사인 박상돈 의원은 5일 "집권여당인 열린우리당의 노선은 민생경제를 최우선으로 챙기는 실용주의를 견지해야 한다"며 "재보선의 패배는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소홀히 한 것에 대한 국민적 심판"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안개모는 기간당원들이 경선후보를 결정하는 현행 당헌?당규에 문제점이 있다는 입장이어서 개혁파와 정면충돌이 예상된다. 재보선 공천과정에서 1백% 기간당원에 의한 경선으로 후보를 뽑았지만 결국 현실과 동떨어진 후보자 선정으로 단 한 명의 당선자도 내지 못했다는 것이 안개모측의 지적이다. 이는 기간당원제의 확산을 주장하고 있는 유시민 상임위원 등 개혁세력들의 입장과 배치되는 것이다. 안개모는 오는 31일 1박2일 일정으로 워크숍을 개최,실용주의 이념을 재정립하고 중도개혁 노선을 더욱 강조할 계획이어서 개혁파와의 논리대결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안개모는 건강보험료의 합리적 조정을 비롯 국민연금 산재보험 등 민생현안 과제를 발굴,정부에 개선책을 건의하는 등 실용적 의정활동을 더욱 가속화한다는 방침이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