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외부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넓히고 전통적인 기업 홍보의 틀을 글로벌 수준으로 격상시키는 데 일조하고 싶습니다."


MBC의 간판 앵커를 지낸 이인용씨(48)는 3일 서울 잠원동의 한 커피숍에서 기자와 만나 삼성전자 홍보팀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그의 홍보팀장 발탁은 대단히 전격적인 것이었다.


국내 최대 기업이자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커뮤니케이션 사령탑을 순수 외부 인사로 영입한 것 자체가 그의 높은 지명도와 맞물려 사람들을 놀라게 한 것이다.


게다가 이씨는 1982년 MBC 입사 이후 단 하루도 경제부 기자생활을 한 적이 없다.


홍보의 전통적 덕목(?)인 술 실력도 형편없다.


워싱턴 특파원 생활을 오래했지만 골프도 친 적이 없다.


이 때문에 지난 3월 삼성으로부터 처음 홍보팀장 제의를 받았을 때 무척 망설였다고 한다.


"제가 삼성 측에 이런 사정을 다 말했어요.그런데 바로 그런 점 때문에 스카우트하고 싶다고 하더군요."


삼성전자는 이씨를 핵심 인재 영입 차원에서 접촉했다는 후문이다.


조직 전반에 핵심 인재들을 포진시키고 있는 가운데 홍보팀도 외부 수혈을 통한 변화와 쇄신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두 달 정도를 쉰 뒤 오는 7월부터 출근할 예정인 이씨는 "삼성은 우리 사회의 중요한 자산이자 건강하게 성장해야 할 중추 기업"이라며 "성장과 상생을 동시에 중시하는 기업문화가 사회 전반에 확산될 수 있도록 열과 성을 바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는 또 항간에 나돌고 있는 이건희 회장의 외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와의 관계에 대해 "일면식도 없다"고 강조했다.


두 사람은 서울대 동양사학과 선후배 사이다.


"저의 영입을 삼성의 후계 구도와 연결짓는 얘기는 정말 곤혹스럽습니다.20년 이상 기자를 한 사람으로서 자존심이 있는데 오너와의 특별한 관계를 설정해 추측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씨는 그러나 막상 홍보팀장직을 수락하고 나니 걱정이 태산이라고 토로했다.


무수히 많은 제품과 사업군,선진적이지만 복잡하기 짝이 없는 경영시스템을 감안할 때 과연 맡은 업무를 무리없이 잘 해낼 수 있겠느냐는 걱정 때문이다.


"며칠 전에 서점에 가서 삼성 관련 책을 모조리 사 모았습니다.공부를 열심히 해서 조직에 누를 끼치지 않는 게 당장의 목표입니다.출근을 하면 단기적인 성과를 내는 것보다는 큰 원칙과 틀을 갖고 접근하고 싶습니다.술을 마시지 못하는 것이 큰 걱정이지만 직원들과 즐거운 분위기에서 일할 자신 있습니다."


이씨의 홍보팀장 내정은 자신이나 삼성전자 모두에 큰 시험이자 기회다.


그는 지난 기자생활에 대해 "시간이 지날수록 두려운 마음이 드는 직업이 기자"라고 평한 뒤 "삼성의 대외 이미지를 관리하고 창조해 나가는 일은 또 다른 고통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글=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