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가정의 달.바쁘다는 이유로 지나쳐버린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 볼 때다.


부모와 자식이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지만 숨가쁘게 돌아가는 일상에 묻혀 안부전화 한번 하기도 벅찬게 현실이다.


어버이날을 앞두고 자식이 어버이에게 보내는 편지 두편을 공개한다.


롯데백화점 홍보실 이순주씨는 고향에 계신 어머니에게,신세계 백화점부문 기획관리팀 강은희씨는 아버지에게 평소 하고 싶었던 얘기들을 편지에 오롯이 담았다.


부모에 대한 사랑과 존경심이 느껴지는 편지를 보며 오랫동안 뵙지못한 부모님께 오랜만에 편지 써보는 건 어떨까.


------------------------------------------------------------------------


아빠,날씨가 벌써 더워졌습니다. 날 풀리면 아빠랑 같이 꽃구경이라도 한번 가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여행은 고사하고 외식 한번 같이 할 기회도 없이 계절이 바뀌어 버렸네요.


아빠,요즘 힘들지 않으세요? 잦은 지방출장으로 인해 피부도 거칠어지시고 피곤해 보이세요.


그래도 아침이면 저보다 더 일찍 일어나는 흐트러짐 없는 아빠의 모습은 정말이지 너무도 존경스러워요.


회사 생활이 힘들어 지쳤을 때,내가 제대로 살고 있는 건가 하는 의문이 들 때,하던 일이 힘들어 중도에 포기하고 싶을 때도 아빠의 한결같은 모습을 보면서 힘을 얻어요.


아빠가 말씀은 안 하셨지만,나름대로 직장 생활을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는 저를 얼마나 자랑스럽게 생각하는지 알고 있어요.


특히 회사 동료와 함께 사회복지 단체 봉사 동아리에서 활동하게 되었다고 말씀을 드렸을 때 "좋은 일 한다"며 기특해 하시던 모습에 저 역시 너무 기뻤답니다.


처음에는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사랑을 베풀고 싶다는 단순한 마음에서 시작한 일이었지만,활동한 지 몇 해가 지나가면서 오히려 아빠에게 받아왔던 사랑을 알게 되었어요.


어른들이 자식을 낳아봐야 부모 마음을 안다고 하는데,복지 단체에서 생활하는 아이들과 놀아주기도 하고 밥도 먹여주고 하면서 아빠가 저에게 주신 사랑이 어떤 것인지,제가 받은 사랑이 아빠가 얼마나 많은 것을 희생한 대가인지도 알게 되었어요.


"아빠,아빠"하고 부르며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제 모습에 웃으시던 모습,초등학교 입학식때 멀리서 손 흔들어 주시던 모습,아빠를 위해 종이로 만든 작은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아드리는 저를 보고 "이제는 다 컸구나"라며 대견해 하시던 그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해요.


어렸을때는 아빠와 얘기도 많이 하고 야단도 맞고 그랬었는데,한 살씩 나이를 먹어가면서 대화할 주제도 점점 사라지고 얼굴 맞대는 기회조차 없어지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어느 글에서 읽었는데 '장자가 부모를 존경하는 마음으로 효도하기는 쉬워도 사랑하는 마음으로 효도하기는 어렵다'고 돼 있더라구요.


그때 그 글을 읽고 머리를 망치로 한 대 맞은 것 같았어요.


전 지금까지 아빠에게 '잘 해드려야지' '효도해야지' 그런 생각만 했었는데,사랑의 대상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없었거든요.


키워주셔서 감사하고 그 은혜에 보답해야겠다는 마음도 중요하지만 가족간에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면 우리 집은 예전보다 훨씬 더 행복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제는 부모님께 고맙다는 말보다는 사랑한다는 말로 대신하고 싶어요.


세상은 살아가기 점점 힘들어 지는데 아직도 철없는 제 모습에 걱정하시는 마음 알아요.


하지만 누구보다 아빠를 많이 닮은 저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아빠의 주름진 피부를 보면 속상하기도 하지만 세월의 흔적을 어찌해 볼 수 없다면 딸이 드리는 행복감 때문에 웃는 주름만 늘어나게 해드릴게요.


아빠,사랑합니다.


철없는 딸 은희 올림 <신세계 백화점부문 기획관리팀 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