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4.30 재.보선 참패의 충격에 휩싸인 가운데 시계가 흐려진 정국의 타개책 모색에 부심하고 있다. 이번 재.보선을 통해 그간 잠복해 있던 여러가지 문제점이 한꺼번에 터져나왔고 이같은 결과를 잉태하는 과정에 다양한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에 우리당은 우선 참패의 원인을 정확히 분석해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정국 교차로의 중심에서 진로를 정하지 못한 열린우리당 안에서는 대선주자 조기 복귀론, 실용주의 노선 폐기와 개혁노선 강화론, 총체적 체질 개선론, 범개혁세력 연대론, 지도부 교체론 등 백가쟁명식 수습책이 제기되고 있다. ◇대권주자 조기 복귀론= 정동영(鄭東泳) 통일장관과 김근태(金槿泰) 보건복지장관 등 내각에 파견돼 있는 여권의 유력 대권주자들이 조기에 당으로 복귀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당내 재야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번 재.보선 참패의 주요 원인 중 하나를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에 필적할만한 간판 스타가 없었던 점에서 찾고 박 대표의 대항마로서 정.김 두 장관이 10월 재.보선 이전에 당에 돌아와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현 지도부가 출범한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고 10월 재.보선을 제외하면 굵직한 선거일정이 없으며, 대권주자 당 복귀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내년 5월말 지방선거 이전이 적기라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조기복귀론은 설익은 카드라는 반대여론이 당내에 적지않다. 또 정.김 두 대권주자의 당 복귀문제는 이른바 `대권주자 관리'를 포함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임기 후반 정국운영 일정과 직결돼 있기 때문에 그리 쉽게 결정될 수 있는 사안도 아니다. 특히 정 장관의 측근 인사들은 "조기 복귀론은 정 장관을 망가뜨리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고 있어 성사여부 자체가 극히 불투명한 상태이다. ◇노선 변경론= 여당 지도부가 올해의 화두로 들고 나온 실용주의 노선을 폐기하고 개혁노선을 더욱 선명하게 해야 막힌 정국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노선 변경론은 어설픈 실용주의로 인해 무원칙하고 개혁성을 저버린 공천과 불투명한 선거전략이 나왔고, 그 결과 재.보선의 참담한 패배로 이어졌다는 분석에서 비롯된 것이다. 임종인(林鍾仁) 의원은 2일 당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재.보선 참패의 원인을 "실용주의 노선 탓"이라고 규정하고 "노선이 틀리니 공천이 잘 될리 없었고, 선거운동 이슈도 `강력한 여당후보론'과 `지역개발론' 외에 더 할 말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주장은 재야파와 개혁당파 일각에서 공감을 얻고 있다. 그러나 재.보선 참패는 개혁적인 후보를 공천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지역구 특성과 해당 지역 민심에 적합한 후보를 공천하지 못했거나 충남 아산의 경우처럼 `사소한' 실수로 경쟁력있는 후보의 출마가 좌절됐기 때문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한나라당 텃밭인 경북 영천에서 열린우리당 후보가 당선권에 근접하는 득표를 획득한 것은 현지 정서에 부합하는 후보를 내세웠기 때문에 그나마 가능했다는 분석도 있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재.보선을 "철저히 선거구별로 후보 특성이 반영된 선거"라고 분석했다. ◇범개혁세력 연대론= 민주노동당, 민주당, 중부권 신당 추진세력 등과 전략적인 연대를 통해 한나라당을 포위함으로써 열세를 극복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4.15총선에서 여당이 `탄핵역풍'의 도움을 받아 과반의석을 차지했지만 그 기반은 극히 취약하다는 것이 이번 재.보선을 통해 확인됐기 때문에 원내운영에서도 군소야당과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물론 내년 지방선거에 대비한 폭넓은 연대를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민주노동당이 젊고 개혁적인 유권자의 표를 가져가고, 민주당이 호남 유권자 일부를 견고하게 유지하며, 중부권 신당이 충청의 표심 일부를 확보하는 상황에서 선거를 치를 경우 승산이 없다는 현실적인 고민에서 나온 것이다. 임종석(任鍾晳) 의원은 "이번 재보선을 통해 우리당이 지역사회의 본류에 전혀 접근하지 못했음이 여실히 드러났다"며 "큰 지분을 양보하더라도 전략적인 연대를 하지 않고서는 앞으로 어떤 선거를 치러도 이기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당내에서는 오히려 개혁노선을 강화해 젊고 개혁적인 유권자와 호남표심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아 군소야당과의 전략적 연대를 실행에 옮기려면 치열한 당내 논쟁을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총체적 체질 개선론= 한두가지 단기 처방으로 상황을 모면하려 하기보다는 여당의 체질을 점진적이면서도 총체적으로 바꿔나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재.보선 참패의 원인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당원들의 기초조직과 중앙당 사무처에서부터 지도부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를 점검하고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열린우리당의 지지율 하락에는 지난해말 개혁입법의 무리한 추진을 둘러싼 내부 갈등, 과거 여당보다 한층 심각해진 계파 분열, 당정간 불협화음, 리더십 부재, 취약한 실무능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많다. 정장선(鄭長善) 의원은 "이번 선거 패배는 여러 요인이 있다"며 "대권주자 복귀론, 지도북 교체 등 극단적인 주장보다는 국민이 바라는게 뭔지 점검하고 나가는게 최선이며, 임기응변으로 문제를 풀 수는 없다"고 말했다. ◇지도부 문책론= 현 지도부가 재.보선 참패에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문희상(文喜相) 당의장 체제가 출범한 지 한달밖에 되지 않았고 공천 역시 4.2전당대회 이전 과도체제에서 대부분 결정된 것이어서 현 지도부에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지적이 다수다. 여당 지도부 역시 1일 상임중앙위회의에서 "사퇴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문책론을 차단했고, 현 시점에서 지도부 사퇴는 적절하지도 않고 효과도 없다는 것이 당내 다수의 생각인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맹찬형기자 mangels@yna.co.kr